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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ㅣ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평점 :
당신은 무자비한 SF의 왕
어릴 때부터 달을 보면 늘 몽환적인 감정이 들었다. 저 안에 어떤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고, 밤마다 노란 빛을 발할 때면 환상의 극치를 내는 듯 했다. 그래서 판타지 세계에서 ‘달’ 은 단골 소재가 되었고, 인간들의 달의 상상력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미적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착륙을 하면서 그 상상력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 했지만, 여전히 지구인들은 달을 사랑한다. 달을 사랑하다 못해 달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이 그러하다.
저자인 하인라인은 세계 3대 SF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휴고상, 프로메테우스 상 수상 작가이다. 물론 내가 아는 상이진 않지만, 타이틀이 화려하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 가 없었다. 게다가 제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두꺼운 책 굵기에도 불구하고 SF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
놀랄만한 상상력은 첫 장부터 시작되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컴퓨터 ‘마이크’ 그리고 달에서 얼음 캐는 광부 매니, 매력적인 혁명가 여성 ‘와이오밍 낫’ 과 컴퓨터 기술자인 ‘마누엘’이 펼치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들이 상당히 재미있다. 범죄자들을 가두어 두는 유배지였던 달세계라는 스토리도 신선하지만, 그 달이 지구의 광물과 농산물을 공급하는 식민지라는 것이 더 기가 막히다. 총독의 압박 속에서 자유를 외치는 혁명가들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일이 2075년이 꼭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일제 식민지 시대에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독립과 혁명을 추구했던 것처럼 달과 지구 사이에서도 그런 독립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솔직히 아름답거나 그렇진 않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회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단지 배경이 미래와 우주로 변화였을 뿐, 살인과 배신, 정치가 그대로 살아있는 소설이다. 오히려 ‘달은 무자비한 여왕’이듯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간 밖으로 나간다면 바로 죽어버리는 엄청나게 잔인한 곳일 뿐이다. 그래서 ‘자유, 평등, 평화, 안전’ 이란 단어에 깊은 의미를 두고 읽을 수 있었다. 공기와 물, 등의 인간 생존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건들을 돈으로 사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얼마 전 나치 학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유태인들은 밖을 쳐다볼 수 있는 권리마저도 박탈되었다고 하니 문뜩 슬픈 생각마저도 들었다.
이 소설은 정말 놀라운 소설이다. 특별히 이런 상상력 소설들을 특히 더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환상 문학’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소설들은 지난번에 읽었던 ‘민들레 와인’ 같은 인간적 판타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을 가만하여, 여성들이 대단히 우월적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아무래도 일처다부제와 같은 것들이 그런 여성관점에서 생겨난 것 같다. 뒤죽박죽 결혼 생활에서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이 책을 꼭 읽어둘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