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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여자라면, 선덕여왕처럼
오래전 ‘엘리자베스’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영국의 위대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약 40십여 년간의 치세 생활을 낱낱이 파헤치며 그녀의 개인적 삶과 여왕으로서의 공식적 삶 사이에서의 갈등을 멋지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여왕이라는 존재가 아름답고 슬프게 느꼈는지 모른다. 비록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이지만, 같은 여자로써 그 많은 고뇌와 번민, 갈등을 어떻게 감당해내었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었다. ‘여왕’이란 존재는 내게 그만큼 아는 정도였다. 헌데 최근 드라마로 엄청난 화재를 불러일으킨 여왕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신라의 ‘선덕여왕’이다. 그녀가 너무 궁금한 끝에 역사 소설 ‘선덕여왕’을 읽게 되었다.
선덕여왕에 관한 소설은 상당히 많은 버전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게 된 책은 신진혜님의 장편소설이다. 아무래도 한국사학 전공이시다 보니, 역사에 대해 많은 고찰로 빚어진 소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4년 내에 여러 번의 퇴고 끝에 완성된 작품이니만큼 흐름과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기 위해서 애를 썼다.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다. 선덕여왕 즉, 덕만공주가 자신의 입장부터 설명하면서 감정을 면밀히 표현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란만장하게 겪는 사건들을 독자들에게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작부터 낯설지 않았다. 마치 내 곁에 오래 머문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같은 여자로써 지극히 주관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였지만, 내가 원하던 그런 캐릭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난 첫째라서 둘째의 서러움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어떤 삶을 시작했는지 어떻게 여왕이 될 수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강한 자극을 불러 일으켰다.
소설은 소설로써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역사적으로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선덕여왕에 대한 역사적 사료들을 찾아보면서 읽었다. 그래야 더 알찬 책 읽기가 되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쉬운 소설이고, 부담도 없는데다가 우리 여왕님에 대한 강한 자긍심마저도 생겼다. 그래서 상당히 얄미운 캐릭터인 여걸 미실공주마저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미실공주는 왕 3명과 태자, 화랑의 우두머리 풍월주 4명을 모두 정부로 삼고 신라를 휘어잡던 최고의 여인이었다고 한다. 신라는 여인천하 세상 이였음이 틀림없다. 아, 선덕여왕이여!
하지만 선덕 여왕 자신도, 재주가 많고 덕만에게만 충성한 진성이나 그녀의 스승인 원광법사, 황룡사 9층탑을 세우자 하던 자장률사 같은 큰 인물들이 없었다면 여자로써 한 위대한 왕국의 왕으로써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여왕들은 엄연히 남성인 왕들과는 다름을 이 소설을 통해서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리더십은 힘이 필요할 때는 과감성을 발휘하다가도 따뜻한 민심을 가지고 온화함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여왕이 우리의 선덕여왕님이 계셨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책을 읽고 난 후, 여자라면 그녀처럼 한번 되보고 싶다는 꿈도 살포시 키워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