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잭 리처, 당신에게 빠지다

영화나 소설, 만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들을 접하다 보면, 스토리 자체에 푹 빠지는 경우도 있고, 분위기나 배경에 매료되는 경우가 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듯이 독자들을 쉴 새 없이 끌어당기면서 제대로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살짝 비틀어 생각을 해보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자리 잡는 불사조 같은 작품들은 캐릭터성이  매우 강렬하게 작용했을 때가 훨씬 많다. 소위 말하는 ‘맨’시리즈 들도 그러하고, 고전중의 고전 명작중의 명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인디아나 존스’, ‘향수’ 등도 그러하다. 특히나 나는 더하다. 내게 캐릭터는 작품의 전반을 이루는 강력한 마력이다. 그런 캐릭터에 대한 작품을 리 차일드의 소설 <탈주자>에서 만나게 되었다.

 

리 차일드는 이미 <추적자>라는 작품을 통해서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잭 리처’ 역시도 그 작품에서 단연 으뜸으로 작용했던 캐릭터이다. 난 사실 <추적자>를 만나보지 못해서, 그저 어떠했을 것이라고 추측만을 할뿐지만, 탈주자를 읽기 전에 먼저 읽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아직 남아있다. 역시 서양 작품이구나, 할 정도의 액션 히어로 느낌이 물씬 풍기긴 한다. 하지만 용케도 ‘뻔 한 작품’이란 생각을 비켜가기 시작했다.

 

잭 리처는 주인공이다. 그는 리 차일드가 탄생시킨 시리즈 히어로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미국 드라마 ‘24시’의 잭 바우어가 문뜩 떠오를 만큼 닮은 구석이 있다. 자꾸만 사건 사고에 부딪히고, 또 그런 사건들을 용케도 잘 피해 살아남는다. 아이러니하겠지만, 둘은 동명이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점이 있다. ‘24시의 잭은 그냥 멋지기만 한 캐릭터이고 리 차일드의 ’잭‘은 겉으로는 뭉클 뭉클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무한의 힘을 발휘한다. 분명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다지 엄청난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그저 멋지기만 한 녀석이 아니란 것이다.

 

시작부터가 흥미롭다. 잭은 FBI 요원인 홀리라는 여자와 갑자기 트럭 안에 갇히게 된다. 한 낮에 시카고에서 납치 사건이 벌어지자 둘을 연결 지어 버렸다. 미국 독립을 꿈꾸면서 음모론을 맹신하는 보켄 일당들은 홀리를 인질로 삼고 긴박한 ‘탈주’에 대한 잭과의 사투를 벌인다. 물론 잭을 따라올 수 없지만, 보켄 일당과 잭이 펼치는 밀고 당기기는 정말 흥미 진진하다.

 

이 소설은 '하드 보일드 액션‘임이 부각된 전형적인 미국 히어로식 ’007‘ 시리즈인 줄만 알았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작가의 필체가 엄청 놀랍지는 않지만, 그가 ’잭 리처‘를 이끌고 다양한 활동력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런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닌지도. 나름 사회 비판적 시각까지 돋보이며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이 ’잭 리처‘ 시리즈를 냉큼 나올 때 마다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난 뒤를 돌아 <추적자>를 구매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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