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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 우울해, 모든 게 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찾아오는 우울증이란 피곤하다.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는 상태를 하나하나 비꼬다 보면, 끝도 없는 미로속의 어둠으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까지 놔두겠는가. 스스로 절제하고 용서하며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서 살만한 삶을 만들어버린다. 그것이 우리가 우울함이 모든 삶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책은 극도의 우울함 속에서 있을 법한 사람들을 가지고 지은 소설이 아니겠는가. 저자인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나에겐 다소 낯선 작가이다. 그가 지었다는 ‘흙속의 아이’가 어떤 책인지 살짝 찾아보았다. 그 소설 역시도 인간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좌절을 이야기 하며 비슷한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첫 시작부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교도관이 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추억. 그것은 생명과 ‘목숨’이라는 것에 대한 첫 의식으로 작용하였다. 새를 잡아먹은 뱀. 그리고 그 뱀의 배를 가른 어른들. 작가의 문체마저도 무감각적 차가운 시선이라서 읽는대 살짝 소름이 돋는다. 그 죽음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이 교도관이 되면서 사형수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에 대한 무감각은 정말 살벌하다. 주인공이 비오는 날 땅바닥에 앉은 남자의 다리를 걷어차면서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덕이나 윤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인공의 그런 모습에는 대조적으로 무참히 살해를 했던 사형수 야마가 소동을 피우는 것을 보면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정말 진지했다. 자신의 끔찍한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은 살아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 하나의 꿈을 원했다. 교도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죽임’에 무감각해졌을 무렵에, 그는 가족애를 느꼈던 것이다. 마지막의 그의 편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쓸쓸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하게 만드는 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교도관인 ‘사형이라는 건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인간의 영역이 틀림없는데! 살인이라는 것도 인간의 영역임이 틀림없다 생각한다. 모두가 우리가 내린 결정이다. 충동도 자각도 범죄도 모두 마찬가지라 느낀다. 그래서 이 책에 가득 가득한 초조, 불안, 우울, 싫어함, 괴로움 등의 단어들이 정말로 제목답게 우울하게 만들어 주었다.
역설적인 감정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호소하려 했을 것이다. 주인공에게 게이코가 있었듯, 죽음의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주인공의 직업으로 내세 운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난 이런 최악의 삶이 전부는 아닐까라고 확신한다. 그런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지켜왔다. 삶의 모든 것이 전부 우울해지기 전까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또 살아봄 직한 세상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행복한 밤 ’ 에로 탈바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