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도시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낱낱히 흩어질 것 같은 인생 이야기

 뚜벅 뚜벅 어딘가를 정처없이 걷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혼자임을 느낄 때가 있다. 분명 내가 있는 곳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의 거림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쓸쓸함이 밀려와서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덤덤하게 그들에게 속으로 말을 건넨다. 당신들과 나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나는 정말로 혼자 인 걸까? 그런식의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어느새 아는 사람을 만나고 스치고 헤어진다.거리에서 본 사람들에겐 무슨일들이 있었을까? 저 사람은 헤어졌을까? 사랑에 빠졌을까? 슬플까? 기쁠까? 오만가지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 책은 딱. 그만큼 다가온다.

 이 소설은 그런 느낌으로 가득한 책이다. <천사들의 도시>란 제목이 범상치 않지만,일곱 편의 중단편 소설들로 묶여 있는 진짜 천사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도시의 이야기이다. 첫 소설인 '천사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가가 느긋하게 말하는 말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금껏 만나본 적 없는 '너'에 대해 말하는 문체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이였다.

입양아로 한국어에 머물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너'에 대해 말하는 화자는  '사랑'에 빠진 것 같이 말하면서도 수첩 한번을 보는 행위로 뺨을 맞는 등의 일들이 벌어진다. 둘만의 시간, 둘만의 이상하게 흘러나오는 인간적 교류는 차갑기도 하면서 슬프기도 하다. 뭘까. 저자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소설의 실험 정신이 깃든 것인가. 하지만 시작은 여기 부터이다.

<그리고, 일주일>은 4년 전 타국에서 충동적인 성관계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의 일주일을 그린 이야기다. 분명히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임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보이는 그의 말투가 다부지다. 6년 된 팬으로써 있었을 뿐인데 모든 거절의 이유가 자신의 치명적 단점 때문인 것만 같다.그녀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현재 이렇게 지내는 이유도 모두 왠지 내가 못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모두 하나로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터뷰>, <지워진 그림자> , <등 뒤에>, <기념사진> , <여자에게 길을 묻다>도 모두 특별한 타인과 나와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타향살이 이민자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망막색소변성증의 연극인 같은 특별한 '너'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신선한 자극이 되는 그런 소설이였다.

 우리 소설의 새로운 시도와 다채로운 색상에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소설들이 너무도 역동적이여서 그쪽에 솔깃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이 우리 소설들에게서 만나는 희망은 따뜻하다. 그래서 이 책도 나에겐 반가운 소설집이였다.

적어도 조해진 작가의 다른 책을 기다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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