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정진규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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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한 인생, 2009 오늘의 시를 만나다
 

 시는 작고 작은 글들이 하나씩 모여서 서로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노래를 부른다. 시는 그런 운율이 있고, 말들이 있으며, 가슴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시를 만나면 철학 그 이상, 종교 그 이상으로 나를 붇돋아주기도 하고 울게 하기도 하며 웃게 하기도 한다. 시는 내게 있어서 인생의 연인이다. 초등학교 때는  올망 졸망한 동시들로 가슴 설레였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 쓴 시로 특별한 상을 받은 이후로 난 더욱 시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어설프지만 사랑을 알았고, 긍정의 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 모든 마음은 나의 다이어리에 적힌 많은 시들에 담기어 있었다. 나의 연인 '시'와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이번엔 올해 2009년 '작가'들이 선정한 시들이 담겨있는 책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시의 '서정'의 원리를 다양하게 표현한 약 100여 편 가까이 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정호승님의 '허물'과 채호기님의 '접착제' , 도종환님의 '바닷가 여관', 이병초님의 '골목' 등 주옥같은 시들이 가득 담겨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부분 현대시학이나 문학사상, 내일을 여는 작가와 같은 문학잡지에 실렸던 작품으로  작가의 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쓰게 된  배경을 몇 자 적어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시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해주어 더없이 만남은 즐겁다. 수많은 시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분은 예상외로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다. 
 

  주로 좋아하는 시는 밝고 긍정적이거나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은 황동규님의 '삶을 살아낸다는 것' 이나 김완하님의 '외로워하지 마라'와  등이 있다. 한번 큰소리로 읽어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솟아나는 희망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p.41   김완하, '외로워하지 마라' 중 -

 

" 다 나았소이다. 그가 속삭인다.

   이런! 삶을, 삶을 살아낸다는 건......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간다.  "

 - p.188   황동규, '삶을 살아낸다는 것 ' 중 -

  

 늙어버린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슬픈 몸을 보면서 짓기도 한다. 또 사랑했던 사람의 이별로 가슴아파 하기도 한다. 농사꾼들의 마음이 되기도 했다가 돈암동 파 할머니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가 아주 쉽게 잃어버리는 작고 작은 모습들에서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다듬고 또 다듬은 흔적들이 근사하고, 삶의 모든 일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 시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곱다. 그래서 이 책을 꼭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박하고 삭막한 이 시대에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읽고 느끼면 그만이다.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차하고 놓쳐버린 굵직한 시집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심보선, 안도현, 유안진,문태준, 신경림, 문인수 등의 쟁쟁한 시인들의 시집들이 차례대로 수록되어 있다. 그 시집들을 선택한 작가들은 내가 서평을 쓰듯, 그들이 그 시집에 대한 서평을 읊는다. 서평속의 서평, 우리와 시를 만나게 해주는 굽이진 사다리를  띄워준다.  이별과 슬픔을 말할때는 나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을 말할때는 나도 뜨거워졌다. "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 란 표현을 과연 누가 쉽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나도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써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꼭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그냥 여기에 담긴 수많은 시들처럼 소소한 일상과 작은 생명체를 아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시인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눈을 가질 수 있었을까.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진지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시에 대한 사랑을 더 높게 해준 책, 오늘의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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