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와인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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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와인을 만드는 순간 환상에서 깨어나다!

 

  난 나름 이주 작은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릴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제미난 추억거리가 많다. 친가댁과 외가댁도 모두 시골이라 할머니댁에 가면 온통 들과 밭뿐이였다. 그래서 개울가에서 가재잡이를 하고, 풍덩 풍덩 수영도 배웠고, 논에서는 동생들과 올챙이를 잡아보기도 했다. 포도 서리도 해 보고 원두막에서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도 먹으며 노래를 불렀었다. 언젠가는 들판에 나가 메뚜기란 메뚜기를 친구들과 잡아와서 후라이팬에 튀겨보기도 했다. 아마도 어떤 어르신이 메뚜기 튀김이 맛있다고 해서 해봤던 모양이다. 그만큼 내게 마을의 여름이란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억이 달콤해진다. 이 책도 그런 내용이였다. 잊고 있던 오랜 추억에서  환상적으로 깨어나 상상속의 모든것을 보는 것과 같다. <민들레 와인>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는 글잡이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아름다운 문체가 나를 자극했다. 여러 에피소드가 즐거운 이야 보따리로 풀리면서 단순 판타지 소설이 아닌 1년남짓의 어린 소년의 환상속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왜 이 책이 저자의 어린시절에 생각한 반 자선적인 소설이라고 하는 지 알겠다. 이런 문체와 화려함을 만들어 낼려면 보통의 상상력으론 부족할 지 모른다. 나도 어릴때 상상력을 펄치는 것을 좋아하여서 그때 생각했던 많은 상상들을 만화로 표현해보곤 했었는데, 이 민들레 와인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글라스와 그의 동생인 톰의 발상은 참 귀여운 구석이 많다. 조그만 1센트 게임기 속에 있는 마녀를 구출하려 했던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12살의 여름날의 추억이 그대로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아 두고 싶었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그만큼 풋풋하고 애정어린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왜 모르겠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빛나는 날들이 있었는데. 하지만 깨닫는 것은 빛과 그늘, 행복과 슬픔같은 양면의 모습들임을 알게 된다. 온가족이 함까하는 이불털기와 민들레 와인 만들기 같은 따뜻함가 풍요로움도 있지만, 절친한 친구와의 이별과 같은 사라짐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겪은 일종의 성장통과도 같을 것이다.

 

  참 의미있는 책이다. 굵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함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표현이 너무 신선했다.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잊고 있었던 나의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하는 소설을 만나서 기쁘다. 책을 읽으면 이렇게 얻는 것이 많으니 어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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