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함게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 회사에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있다. 책상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는 일이다. 컴퓨터를 딱 키는 순간, 그 기계에서 오는 달갑지 않은 소리들이 나를 커피로 인도한다. 다음에 하는 일이 그래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회사의 커피는 다방 믹스 커피여서 나는 일부러 가루 블랙 커피를 사다가 따로 마신다.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또르륵 따르고 나면 거기에서 풍겨오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커피향내음이 어찌나 좋은지 몸이 사르륵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이 커피의 매력일까. 대체 이 커피는 어떤 마법을 사용하길래 나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인들을 휘어 잡으며 이 향에 미치도록 만들었을까. 이건 필히 파트리트 쥐스킨트 "향수"에 대면하는 강력한 마법의 향수이다. 그 커피를 찾아서 저자는 자바 트레커가 되어 떠났다. 이 책 <자바 트레커>는 저자의 커피에 대한 그윽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자바라는 말 자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그 유래를 찾는데,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커피를 생산하는 수많은 국가들을 순례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에 분포한 수많은 커피 생산지들에서 우리의 따뜻한 커피를 위해 일하는 농부들의 피땀서린 모습들을 생생하고 리얼하게 묘사했다. 아침에 커피를 석잔을 꼭 마셔야 하는 에티오피아의 농부들과 새 수로가 뚤려서 너무도 행복하는 오로미아 마을 사람들, 턱없이 낮은 임금과 영상실조에 시달리는 과테말라 농업 노동자들까지 한땀 한땀 서려있는 그가 그린 행적은 참 길고도 가혹했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커피의 세계는 무척 감추어진 부분이 많았다. 이 맛있는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농부들의 삶이 희뿌연 연기와 같다고나 할까. 또한 저자는 이미 변호사이자 사회 운동가로써 활약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서 인지 커피 농장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엿보인다. 현지 조합에서 직접 커피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해서 KPCU가 커피를 경매로 사고 그것을 제값으로 지불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이란 세상은 그렇게 정직하지 못한 법이다. 케냐 사람들의 생활 수준에 대한 이야기들 들었을 때는 참 가슴이 아팠다. 과테말라인들의 커피 노동자들을 이용한 선거도 참 어의 없을 뿐이였다. 아직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도와야 할 것도 참 많은 것 같다. 그만큼 가까워진 지구촌이 아니겠는가. 석유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수출입이 되는 자원인 커피가 이들의 엄청난 고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것보다도 저자의 아름다운 노력에 박수를 기꺼이 보낸다. 그의 삶의 가장 강력한 부분을 차지 하게 된 커피 노동자들을 위한 삶이 이토록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그의 영혼이 투명한 커피와 같기 때문일까. 한 농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커피 수입업자들 중에 대부분은 농장에 가서 농부들을 직접 만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저자가 그곳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대하는 가장 큰 존중이라고. 가장 큰 존중. 그는 자신이 존경받고자 간 것이 아니다. 최악의 근로 조건속에서 커피 생산을 하기 위해 몸 받치는 노동자들을 존중해주고자 가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정으로 멋진 말이다. 나도 그와 함께 마음을 걷고 싶다. 남을 존중해 주고 격려해주는 삶, 내가 원하는 그런 삶이 이 자바 커피 안에 담겨있었다. 오늘 커피는 정말로 훨씬 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