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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오로지 책과 함께 살아온 인생의 노트북
내 생애에 가장 처음 만났던 책은 어떤 것이었을까. 문득 고민을 해본다. 물론 그림책, 동화 등을 먼저 만났겠지만 어렴풋한 기억속에 남은 영원한 유아용일뿐이고, 진정 내 가슴이 콩닥 콩닥 뛰는 느낌을 가져본 책이 어떤 것일까. 추억 속을 뒤저보니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가장 마지막 책장에 들어가 있다. 얇은 소담 출판사의 책이 너무도 예쁘고 값도 저렴하여서 고전들을 모아 두었었는데, 제일 먼저 산 책이 바로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 이야기였다. 어린 마음에도 그의 용기와 희망에 매우 감동을 먹었던 것 같다. 나의 인생과 함께 해 온 책은 막상 이 책만이 아니다. 내가 울때 같이 울어주고, 내가 기쁠때 더 즐겁게 해주며, 내가 고민이 많을때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주며 항상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런 젊은 시절의 책 이야기.. 마이클 더다의 <오픈 북>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마이클 더다가 유년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와 함께 살아오면서 얼마나 책을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자서전과 같은 책이다. 충분치 못했던 형편이였지만 유년기 부터 책벌레 근성이 슬슬 보이기 시작을 했고, 시를 너무 좋아하여서 엄청난 분량의 고전 시를 몽땅 외워서 다닌 적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모든 집이 그러하듯 아버지의 기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였지만 어머니가 아들의 책읽기가 황홀함으로 바뀌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그 많은 책들, 그리고 종류와 분야를 막논하고 활자가 쓰여진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았던 한 소년의 일대기가 너무도 거창하고 화려해보인다. 그가 '엄친아(엄마친구아들)'이어서가 아니다. 빅 리틀 북스와 같은 만화책과 청소년 모험소설의 중간쯤 되는 출판물 마져도 섭렵해버린 그의 열정이 부러웠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이 '오픈북'에 등장하는 지는 말로 설명할 수 조차 없다. 그만큼 엄청난 애서가이자 위대한 서평가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든다. 부모님이 말하는 '너의 그 웃기는 책들'인 만화에 대한 사랑은 다소 놀라웠다. 나도 만화를 너무도 좋아해서 만화책부터 사모았었기 때문이다. 동질감이랄까 동병상련이랄까.. 그쯤 되는 마음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오랜시절의 이야기지만 그의 오픈북과 나의 오픈북에서 한 줄기의 빛이 맺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중학 시절부터 조지 오웰의 <1984> ,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등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발전하면서 직접 소설을 쓰기도 하고 거실에 꽂아놓으면 아주 멋질 것 같은 시리즈물 '그레이트 북스'도 들여놓는다.
그는 결국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기에 이른다. 보잘것 없는 외모에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학생임에도 그는 오로지 책 하나에만 미쳐서 자신의 길을 간다. 문득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 이야기도 생각이 났고, 온집안이 책으로 둘러싸인 신경숙님의 서재도 생각이 났다. 그만큼 이 <오픈북>은 온통 저자와 책 이 두사람을 위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지적이다. 하나에 열중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까닭에 그의 지고 지순한 사랑이 아름답고, 모든 활자에서 얻게 되는 삶의 지혜와 지식들이 지적이다. 별 다섯개도 모자랄 만큼 값지고 유익한 이야기책. <오픈북>을 만나서 몹시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