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한다면 이와 같을것인가.

 

  연쇄 살인범때문에 '사이코 패스'라는 말이  온 세상을 들썩이고 있는 요즘, 과연 사람을 몇명이나 살해한 사람이 인간으로써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견이 도마위에 올랐다. 인간 존엄성이란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자신의 권리이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면 그 존엄성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입장이다. 생명체라는 것은 비단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가치있는 삶을 꾸려나갈 때 진정으로 살아가는 의미가 확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책을 만날줄이야. <내가 예술작품 이었을 때>는 표지부터 상당히 섬뜩하다. 이런 섬뜩한 표지 모델은 내 생전 처음 인 것 같았다. 팔다리가 모두 잘려서 못으로 박혀있고 표정은 이미 썩을대로 썩어서 삶을 포기한 것 같은 얼굴인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하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인간임을 포기한 주인공 피렐리였다. 엄청나게 빼어난 미모를 가진 모델 피렐리 형제들의 동생으로 살아오면서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과 애정 결핍증,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던 그는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더이상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그의 "인간의 권리"에 대한 심오한 논쟁이 시작된다. 자살을 하기 직전에 만난 비이상적인 천재 화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 선생을 만나면서 그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인생, 자신의 몸, 자신의 이성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의 예술 작품으로써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든 못하겠는가라고 동정심으로 생각하기엔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다. 도저히 그를 시작부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는 제우스의 미치광이 예술작품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뻐할까.

 

  유명세를 타는 형제들에 대한 복수, 그리고 자신을 무시했던 온 세상에 대한 복수를 주인공은 그런식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온몸에 수술자국이 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뀌었음에도 세상이 자신을 보면서 탄사를 자아내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그만큼 아름답다라고 생각해서 일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사상 투성이다. 혼란의 혼란을 거듭하게 만드든 소설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갑자기 인간이 '물건'이 된다고 하면 발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인간이 바로 '무시'라는 감정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미워하는 것은 맞받아쳐도 나를 무시하는 행위는 더 가슴 아프게 와닿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그를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데는 피오나라는 여자와 진정한 화가인 한니발이 큰 역할을 해낸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기분은 참 묘했다. 알수없는 기괴한 세계에 빠진 것 같아서 인상을 찌뿌릴 때도 많은 책이였지만,  인간이 인간다울때가 언제일까 곰곰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과 '인정'이란 두 가지의 존엄성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했다. 인간은 절대 물건으로 취급당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살인'이란 행위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모 지상주의로 성형이 잦아지는 요즘 시대에 진정한 아름다움과 바른 인간성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된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자의 상상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상상력이 끝까지 상상력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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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문 2009-03-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다소 독특한 발상이라 어찌보면 재미있긴 해도, 섬뜩하고 무서운 생각도 많이 드는 책이였어요.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가 떠오르더라고요. 댓글 감사해요~

레디문 2009-03-24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걸리 향을 풍기는!! ㅎㅎㅎ 신선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