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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실패했다 해도 다시 사랑하지 말란 법은 없다.
" 날 사랑하는 게 그렇게도 힘들면 사랑하지 않아도 돼요.
대신 도망치지만 마세요. 내 인생에서.. "
첫 마디에 보이는 이 글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 그렇게 내 사랑에 대해, 그리움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뜩 든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제목부터가 은은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다. 그 우편물에 담겨있을 이야기.. 그 사랑으로 다가선다. 아직 30대가 되진 않았지만 곧 될 것으로 생각되어서 그런지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 자락 조용히 접혔다는 말이 어찌나 슬프던지 그래서 더욱 더 읽기가 힘들어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으로 마음을 달래어보려했다. 사랑을 잊었다고 다른 사랑이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 아닌가. 발렌타인이 다가온 달이여서 그런지 이 책은 더 읽는 내내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이건과 공진솔의 방송국에서의 만남부터 시작된다. 31살의 진솔은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다소 조용한 그녀에게 시집까지 낸 새로운 피디 건이 다가온다. 두근.. 두근.. 어쩐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이 설레이게 만든다. 역시 이래서 사랑은 언제 만나도 달콤한 듯 하다. 건은 당돌하고 당차게 말할때마다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진솔. 그래서 답답해 하면서 10초 경과를 외치면서 투덜대어도 그만 둘의 사랑은 달콤해보이는 건.. 저자의 놀라운 이야기 능력때문일까?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나라의 사랑이야기여서인지 큰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선우와 애리도 놓칠 수 없는 선택 그리고 즐거움.. 나에겐 적어도 그랬다.
' 마포 우체국 사서함 110호'에는 '노래 실은 꽃마차'의 우편물을 받는 곳이다. 그곳을 거쳐온 많은 청취자의 사연들이 하나 둘씩 그들의 손으로 떨어진다. 한 사람 두사람들의 사연들과 섞여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들만의 연애를 시작한다. 사랑 앞에선 당당할 수 없는 그녀들이 있다. 저자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심리를 정말 잘 간파하였다.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난 책장을 다시 되돌려 읽었던 구절을 또 읽고 읽고를 반복하였다. 그만큼 예쁘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나한테 당신은, 결계에요."
- p.428
난 이말이 왜 이렇게 멋있는지 모르겠다. 서로간의 사랑과 감정이 온 하나로 엮여서 지켜줄 수 있다는 말을 함축해 놓은 것 같다. 저자의 언어 선택이나 부드러운 문체들은 확실히 독자들에 대한 사랑의 배려인 것 같다. 읽기 편하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 소설을 선택함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누구가 되었든 가능성을 믿을 수 있게 만든다. 작가의 놀라운 대화이다. 한가지도 놓칠 수 없는 대목들.. 고스란히 내 가슴속에 담아두어 사랑으로 승화 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