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
자야 지음 / 미디어일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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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한살 두살 더 먹어가면서 문득문득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각박한 도시생활을 벗어나서 텃밭을 일구며 한적한 농촌에서 조용하게 책 읽으며 지내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도시인들의 조용한 희망인 귀농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정착하는 과정과 주변의 고양이, , 나무, 농사, , 사랑 등에 대하여 보고 느끼는 바를 사실 그대로 적은 에세이가 다정한 날들이다.

도시인의 농촌 생활에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에세이인 이 책의 주인공이자 지은이인 필명 '자야'(사실 필명인지 실명인지도 알 수가 없지만 왠지 필명인 듯한 느낌)가 누구인지 궁금해져 통상 책 겉면을 한 장 넘기면 저자 소개란을 보았다.

그 곳에는 '세련되고 폼 나는 도시여자로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시골로 내려와 이전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시작한 지 8년째로 함양의 작고 평범한 마을에서 햇살과 바람과 별들과 길고양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는 책 만드는 프리랜서'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만마지막 즈음에 있는 몇 마디의 단어들로 대충 살아온 저자의 삶을 알 수 있을 듯 하였다어느 평범한, 여섯번째 딸, 내성적이고 방어적, 튀는 말과 행동, 괴짜운동권, 직장인, 프리랜서, 백수, 유부녀, 이혼녀, 요가수련자, 채식주의자, 인도여행자, 그리고 '어설픈 귀촌인'.

흔히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때론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그저 평범한저자가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시작으로 귀촌(歸村)을 결정하고, 서울의 아차산 자락에서 금산으로 향했다가 좀 더 깊은 느낌을 위해 남원으로 옮기고, 그리고 마침내 지리산 밑 함양으로 와서야 비로서 시골 생활을 즐기게 되고 정착하게 된다.

함양에서 살게 된 파란 나무대문의 시골기와집, 그리고 집 마당 수돗가 옆에 있는 포도나무, 키우지도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기네 집인양 마당에 찾아와서 쉬었다 가는 길고양이들, 가지치기를 잘 못하여서인지 2년째 감이 열리지 않고 있는 대문 밖 텃밭에 있는 감나무, 아침마다 먹을 잎채소들을 솎아 내는 조그만 텃밭과 관련된 자잘한 감상을 이야함으로서 저자가 살고 있는 모습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여름철이면 하나 둘씩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 집, 저 집에서 정겹게 동네를 지켜주는 강아지 모습들, 여름이 아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평생을 살아왔던 동네를 영원히 그리고 조용히 떠나시는 아랫집, 윗집 할머니들 이야기,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시골 마을의 귀한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살아왔던 어릴 적 기억과 K로 대변되는 지금함께 살고 있는 그 사람과의 사랑과 삶 이야기가 조용하고 잔잔하게 한 장 한 장 적혀 있다.

또한, 그냥 마음 편하고 살기 쉬울 거라고 무작정 생각했던 시골 농촌에서의 무척 어렵고 힘겨운 농사, 콩 한 톨 얻기 위하여 밭을 매고, 김을 매고, 뿌려논 씨앗을 새에게 빼앗기지 않을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 그리고 풍성한 수확을 하며 느끼는 그 기쁨을 조용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시골에 내려와 텃밭을 가꾸며 살기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손톱 밑이 파래지도록 푸성귀를 다듬고 햇볕에 바싹 말린 나무도마 위에서 따박따박 소리가 나도록 칼질을 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나도, 나의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항상 부러운 듯 이야기 하면서도 결코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귀촌, 혹은 전원생활. 이 책을 읽어 봄으로서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막연한 귀촌 생활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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