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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 The Ho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두운 방 안에 한 남자가 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방에 난 구멍을 바라본다. 그 구멍 속에는 어떤 여자가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난 구멍을 살펴보고, 그녀 역시도 구멍 속에 사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딱히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연을 가장한 소통은 구멍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멍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인간의 신체에 각각의 구멍이 존재하는 것처럼...
차이밍량의 작품은 상당히 조용하다. 침묵을 주로 애용하는 이들로는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김기덕과 같은 이들도 있지만 차이밍량은 상당히 눅눅하다. 말을 하기가 싫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할 필요가 없기에 그러하기도 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이 작품은 소통이 주제이며 소재다. 그 소통에 말은 중요한 키가 된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밤의 느낌처럼, 습기 가득한 여름의 찝찝함이 넘쳐나는 이 작품은 애정을 갖고 지켜보기에는 약간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현대인이 지니고 있는 문제라면, 그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벽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어떤 인간보다는, 차라리 구멍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는 편이 훨씬 나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