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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미술이란 넓은 흰벽 위로 보기 좋게 걸어 있는 액자를 떠올린다. 장소현선생의 “그림이 그립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연유도 사실, 최근의 미술양식에 대한 보다 친절한 이해도우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대중과 멀리 떨어진 미술작업을 계기로 사기성 활동에 대한 저자의 질타가 매우 통쾌했기 때문이다.
미술사, 미학과 관련된 책은 나 같은 우자는 그 제목으로도 일단 접근을 스스로 꺼려한다. 마치 그들만의 언어, 몇 번은 뒤튼 기표적 언어들은 일반인들이 교양서적으로 한번쯤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억눌려 버린다. 어쩌면 그 역시 아마도 현대미술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보는 대로 믿어라. 아니, 믿는 것만큼 보라는..
모든 것이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도 쉽게 인정할 수 있다.
왜, 이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제의와 권력, 그리고 신에 대한 찬양을 위한 도구로 쓰인 벽화, 조상, 공예품들이 당시의 인간들 속에 있는 상상력과 당시의 표상들에게로 부터 차용한 행위였다면, 오늘날 대중적인 표상은 코카콜라며, 일상에 드러내고 있는 이미지들인 것이고, 재료적인 면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는 회칠과 식물의 즙에서, 철기에서 뽑아낸 색상을 가지고 화면을 꾸몄다면, 오늘날, 밧줄, 쓰레기, 생활용품에서 빌려오는 것과 전혀 다름없는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대, 도리어 20세기 이전의 차용과 재생산만 마치 미술인양 슬쩍 무지를 드러내고 살았으니 이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근대에 정립되었다는 미학, 미술사, 그리고 미술에 대한 정의들은 참으로 그간의 어설픈 스스로의 논리들을 고약할 정도로 무너뜨려 보였다. 역시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믿는 것 만큼 보이는 모양이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 이 가벼운 개론서 한 권으로 미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면 그만큼 내 무식을 탄로시키는 것이겠지만, 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물들이 어떻게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며, 그것이 문화라는 개념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며, 적게는 미술이라는 장르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내 고정관념의 뒤짚기를 시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즉. 1사물들이 1. 미술이란 무엇인가, 2. 미술과 근대적 주체, 3. '미술'이라는 용어, 4. 미학 : 예술의 이론, 5. 미술창작이라는 특권, 6. 아카데미, 7. 박물관, 8. 미술사와 모더니즘의 발전, 9.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 대중매체의 창조, 10. 오늘날의 미술과 문화 등 모두 10부로 나누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적 미술작품에 대해 미술이 아니다라는 역설로 시작하여, 읽다보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재료와 상상력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던 “운동”에 대한 이해가 깊어 질수록 그래, 모든 것이 미술이다라는 결론을 던져주고 있으니,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칼라 도판을 넣기 위해서 새롭게 출판한 책에 의해, 본문 만큼이나 수록된 도판을 통해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쉽게 시청작교육을 전달받을 수 있었으니, 책 읽는 즐거움도 컸고, 강의록 정리한 듯한 진행과 서술은, 게다가 역자 박이소씨가 용어와 사조, 그리고 저자의 생각을 친절하게 부연해 주고 있어서 나 같은 문외한이 미술을 들여다 보는 것에 딱 인 책이 되어 버렸다.
이제 좀 더 편하게 미술관 나들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 사조를 슬쩍 이용하는, 대책없는 흉내쟁이 사기꾼 미술이 넘쳐 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