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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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낯익은 단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제 2의 신처럼, 우리를 돌보아 주고, 우리의 이상이 되어 버린 체제. 그 풍요로움과 합리적 사고, 개인의 자유와 재산의 축적의 완벽한 사회체제처럼 인식되던 사회. 정치, 외교, 무역, 삶의 질까지 모든 것을 의존하고 동경이 대상이 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로서의 아메리칸 드림이란 단어다. 

빔 벤던스 감독의 “풍요의 땅”, 또는 마이클 무어의 “식코”라는 영화를 통해 미국이 안고 있는 몇 가지의 이면을 들어다 볼 기회도 있었지만, 지금도 우린 여전히, 동양적 사고, “의리”의 산물인지는 몰라도 미국이라는 거친 품안에서 안주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 미국이 국민복지차원에서의 의료수준 OECD국가의 54위이며, 최근 법안이 통과 되었다고는 하지만, 세계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 체계가 허술한 나라로 남아공과 함께 유일한 국가이며, 한 순간의 헛된 풍요를 꿈꾸는 리얼리티쇼와 아이돌 문화에 빠져있는, 독일인 보다 세배나 많은 소고기를 소비하고, 인스턴트 음식의 간편함으로 얻는 시간을 모두 성공, 출세, 부의 축척에 몰입하며 늘 쫓기는 일면을 가진 사회라면 왠지 그 모델을 삼고자 하는 우리로서는 참 서글픈 이야기이다. 

물론, 미국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종교개혁과 원시적 계몽주의의 신념을 그대로 가지고 새로운 땅에 정착한 사람들, 1달러만 있어도 유럽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토지를 소유할 기회의 땅에서 개척정신과 윤리의식, 개인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책임감, 그리고 태생이 다른 인종을 노예로 부리면서 머릿속에 잔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정서, 오늘 날 미국을 만든 정신, 화려한 성공 뒤에 감추어진 걷어낼 수 없는 의식을 감안하면,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동정도 인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러한 미국사회에 대한 반성과 지향해야 할 공동체 의식을 제시한다. 그 대안은 이상과 이론이 아니다. 바로 지금 지역적으로 매우 가까운 곳에서 실험을 거쳐, 실천하고 있는 유럽공동체를 대상으로, 그 장점들을 제시함으로써 미국을, 아니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모두 3부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구세계”에서 얻은 새로운 교훈에서은, 아메리칸 드림이 퇴색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유럽피언 드림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는 경과에 대해 요약하고 있으며, 제 2부, “현대의 형성”에서는 중세이후 유럽의 사회발달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오늘 날 유럽공동체가 성립할 수 있었던 정당성과 인류사회 속에서의 장점을 다루고 있으며, 제 3부 다가오는 글로벌시대에서는 지금 세계화된 경제와 사회 속에서 EU가 보이고 있는 선도적인 사례들과 그들의 실천하는 “이상”을 보여 줌으로써, 이 성공이 뻔히 보이는 체계가 세계 속에 보편화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럽의 사회와 정신사를 통해, 장원이라는 공동체, 길드라는 전통을 중시하는 공동체, 그리고, 산업혁명 후 1861년 이탈리아 카시밀 디젤디오가 말했다는 “이탈리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탈리안 인을 만들 차례 입니다”라는 민족주의의 태동과 각축을 거쳐,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황폐화된 지역을 재건하면서 생긴 “사회민주주의식의 시장경제의 확립”, 그리고 유럽통합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의 그들의 노력과 이념을 아주 부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거꾸로 읽자면, 바로 이러한 과정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식민지로의 이주를 시작으로 딱 초기 이민정신만을 고수하고, 답습하고 있는, 이제 점차, “불량한 골목대장”처럼, 애국심을 내세운 군사력 증강을 통해 배타주의라는 오염된 호수에 점점 빠져 들고 있는 미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오늘날, 영토권만 보장된 국경 없는 제국의 강력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성별, 인종, 종교, 민족의 장애가 없는 하나의 제국으로써 기틀은 다진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에 의거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조약에 “자각적 존재로써의 동물의 복지를 추진”하겠다는 조항까지 포함함으로써(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 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류 뿐 아니라, 전 생태계의 재결합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사회적 토대 하에 오늘날 유럽은 영웅적 신화창조를 통한 민족국가에서 전쟁이 패배에서 잿더미 속에 다시 일어난 대규모 통치하에서, 숫자적으로야 미국인 소득의 72%에 도달하지만, 여가에 집중할 수 있으며, 6주의 휴가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인간이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끊임없이 대안을 실천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과는 이질적인 고민과 삶의 질 선택, 환경과 보편적 도덕감의 분위기 조성하에서도, EU, 10조 5천억 달러, 미국, 10조 4천억 달러라는 GDP의 역전(군사비, 마약, 범죄관리비용, 비만치료 등 각종 사회질병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더 커지겠지만)현상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물론, 유럽이라는 범주와 각 영토, 각 지역, 각 공동체로 분할되어 그 속성을 들어다 보면, 완전하게 인간적인 갈등과 편견이 해소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인종, 빈부, 이민사회, 복지제도의 불균형 등 인간이기에, 개인의 자유의지와 보편적 윤리의식, 즉 집단적 책임감은 병립될 수 밖에 없으며, 고민의 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언 바필드가 얘기했다는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식의 발전과정이다”라는 말로써 이 고민의 해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인간이기에 적어도, 도덕의 황금률이 구현되는 지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주류의 사고로 안착된다면, 글로벌인격체로서의 조화는 분명 꿈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무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유러피언의 모델이 새롭게 접목될 수 있는 곳이 아시아지역이라는 것이다. 동양적 사고, 자연과의 순응과 집단의식이 강한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다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나 인도와 중국의 결합보다 우월한 통합체제로서의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아세안에 참여하고 있는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물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역학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긴 하다만)의 노력에 의한 새로운 막강한 공동체의 탄생도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메시지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꿈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출세지향주의의 산물인 학원수업의 과열, 외고, 특목고, 조기유학, 국내외의 기러기아빠로 무너진 가정체제, 문화다양성은 오직 피부색이 하얀 인종에 대한 환상으로만 남아있고, 탈세, 투기 등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오직 “부자”면 된다는 피해의식. 성장기의 기초적이며, 보편적인 교육마저도 집어 던지고 몇 년간의 합숙생활을 통해 한탕주의와 결합하고 있는 “걸그룹” 문화, 가치 있는 삶과 즐기는 삶의 불균형 등의 개인적 특징들과 함께, 사회양극화, 지역경제를 무시하고 다시 시작되는 분야와 규모를 가리지 않는 대기업의 횡포, 포괄적 집단 윤리의식의 결여에 의한 사회체제의 불안 역시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유럽이 그러했듯이, 우리 역시 이제 우리를 돌아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개인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에 의한 과두정치가 파워엘리트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이 때, 유럽처럼 건강한 비영리법인, 시민사회의 활동이 보다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것이야 말로 잘못 맡긴 주권에 대한 되찾음이요, “모든 문화를 가능한 모든 형태로 재생산하기 위한” 활동이며, 핵심적인 역할로 지도층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현실(또는 욕망)이 만연하여 결코 유러피언 드림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의식의 전환, 사회적인 묵약만 있으면, 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기껏해야 40년 안팎 유지되어 온 가치의 전환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역시, 아주 훌륭한 공동체의 역사, 유대관계와 연대의식이 차고 넘치던 국민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결코 요원한 희망이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욕심 같아서는 이 두 개의 꿈이 지니고 있는 장점만 쏙 뽑아낸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커뮤니티건, 코뮌이건, 공동체건, 하여간 어떤 이름으로든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다. 

부언할 것은 “유러피언 드림”이, 이러한 주제를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참고문헌에서 알 수 있듯이 폭넓은 자료조사와 적절한 배치로 인해, 각 장마다의 연계성을 “잘 짜여진 바구니”처럼 연결시키고 있어, 추리소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각종 사례의 분석 및 적용을 성공적으로 집필되어진 점이며(이 점은 사회과학인문도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며, 장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마치 옆집 아저씨의 푸근한 잡답처럼 매우 쉽게 읽힐 수 있는 재미 또한 갖추고 있는 점이다. 이것이 “10쇄”라는 관심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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