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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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쿠바 여행 중, 도시간 이동버스안에서, 유난히 수다스럽던 앞자리의 서양여행자가, 침묵을 지키더니, 슬그머니 책 한권을 꺼내 읽었다. 도대체, 나 버금가는 수다를 가진 이 친구가 읽는 두툼한 책은 어떤책일까 궁금해서, 목을 길게 빼고 확인했는데, 영어번역본 하루키 소설이었다. 잠시, 문학의 세계화, 동양권 소설이 영문판으로 여행지에서 읽히는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하루키에게 묘한 부러움이 있었다. 정책적인 문학 선양사업외에도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문화권을 넓힐 수 있다는 것, 그게 몹시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선인세의 경쟁으로 꽤 많은 인세를 치루었다는 신간,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하루키를 읽었다(하긴, 소설이란 장르를 멀리 했던 것이 꽤 오래이므로 하루키 자체도 시간적으로는 별 의미는 없다만...)  


빅 브라더의 통제사회가 등장한다는 1984년, 같은 시간적 배경 일본의 1984년 4월, 동경하늘에 두 개의 달이 뜬다. 그리고 이 또 다른 세계, 빅 브라더의 반대개념인가? “리틀 피플”로 통제하에 움직여지는 이 새로운 세계를, 도대체 어떤 세계냐라는 물음, Question의 "Q"를 삽입하여 1Q84년으로 부른다. 하루키가 드디어 판타지로까지 독자를 현혹하는 시점이다.


 

두 축, 아이스 픽을 가지고 혈흔하나 없이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30세 여자 “아오마메”와 학원강사면서 소설을 쓰는 동갑내기 남자 “덴고”의 4월부터 9월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1Q84”는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컨텐츠를 동원한, 그러니까, 현대 일본사회가 아니, 감성적이며, 혼란스러운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을 깡그리 드러내놓고, 그 고리 고리들을 작가의, 흉내낼 수 없는, 그 감각적인 문장(번역본을 읽으며 문장을 얘기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만, 그렇다고 며칠 전 아트선재 로비에서 지나 친 사람처럼, 일본어 원본을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으로 완성한 소설이다.

 

“상실의 시대”에서부터 드러내 놓은 “욕망”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소설, 게다가 이번 소설에서 나오는 컨덴츠들, 신흥종교, 응징, 청부살인, 문단, 대필, 은둔, 신비주의, 사할린 조선인, 권총, 동성, 혼외정사, 애인, 섹스, 유니폼, 스와핑, 아동 등등으로 이 중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화제를 이끌 수 있는 단어들을 모두 꺼내 놓았는데, 권선징악과 또 다른 세계 즉 판타지라는 화두속에, 이것들의 아귀를 어찌나 잘 맞쳐 놓았는지, 역시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 힘을 확인하게 했다. 더구나,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서양문화에 대한 절제 없는 동경들, 그러니까 고전음악, 음식들, 외국작가들, 명품 옷들의 상표 등등까지 배합하고 있어, 서양인들도 흐뭇하게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거만함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대미는 역시 이제 고양이나라와 리틀 피플이라는 가공의 세계, 그 세계에서 조율되는 저항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세계로 끝을 내고 있는 점이다. 정말 갈 수 있는 곳은 다 닿은 듯한....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아”

- 본문 295P -

 


   그런데, 이 가벼운 대중소설이, 소설가로써 작가가 대중을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통찰력과 마켓팅에 있다. 책을 잡으면 평소에 겪고 보고 싶은, 로망인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 너머, 뭔가 상대방에게 딱 집어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들에 대한 언어구사, 그러니까. 이 사람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래, 이런 것을 해 보고 싶었지”, 또는 “그래 내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것이었어.”라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밖에 없는 감성의 포착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호환되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것이 책을 한번 잡으면, 욕을 하면서도 끝내 마지막 면까지 놓을 수 없는 마술을 부리는 있는 거은 아닌가? 예언과 잠언이 아니더라도, 주인공들의 대화가 아닌, 마치 독자의 마음을 밖으로 불러 내 오는 그 마술이 무려 1,2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내쳐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폭음처럼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한 마술을 부린 하루키가 이번엔 다소 욕심이 과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2권 중간까지 딱 집어 골라낼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적절할 때 두 주인공들을 교차하며 부렸던 만용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은밀하게 제시됐던 “판타지”로의 급작스런 전이와 함께 끝을 맺어 버렸다. 다소 황당하기도 했더 이 결말들이, (물론 끊임없이 암시를 하곤 있었다만, 그도 익숙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미흡한 정리들) 듣기로는 3권 집필을 계획중이라니, 만일 그 집필이 사실이라면 또 다른 평가로 매듭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가치이상의 가치로 포장된 채, 많은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 전편을 통해, 긴장속에 있는 장면마저도 “불균형적인 젖가슴”을 슬쩍 삽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설사, 그것을 두 개의 달과 상통하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강변한다손 치더라도) 이 작가가, 이 정도의 소재들을 가지고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그 흡인력, 소설가로서의 그 원천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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