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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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끔 나의 편견과 선입관 때문에 사과할 일이 생긴다. 다행히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참으로 쑥스러운 일이다. 이젠 정말 세월과 경험, 그리고 인품의 향기가 가끔씩 뻗어나가도 시원찮은 마당에 사과라니... 어디 될 일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그간 한비야 열풍에 대해서 살짝 삐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범상치 않은 이력이 그만한 칭송을 받아 마땅하건만, 다소 시선이 곧지 못했던 것은, 그 마음을 상술에 담는 것, 예를 들자면 “바람의 딸”이니 뭐니 하면서 미디어와 연결되거나, 티벳 등 오지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았다”는 식의 표현에 있었는데, 이런 식의 표현이 난무할 때마다, 나는, 도리어, 만일 잘 사는 나라의 사진작가가 서울의 저개발지역, 소위 “산동네”에서 시멘트담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손톱이 까만 아이 사진 찍어놓고 “지금 한국은 우리네 50년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 얼마나 순수의 세계인가”라고 토를 단다면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이웃에 대한 평가는 그 이웃의 형편에서 중심을 담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래서 한동안 한비야라는 이름 뒤에 붙은 수식어 때문에 불편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무릎팍도사”에서 그녀를 보았다. 매우 빠른 어조로 소개한 자신의 삶, 그리고 일터에서의 감성들, 비록 예능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간간이 그 자신이 찬 말투에서 진정성이 엿보였다. 그래, 네 이웃을 돌아보는 성자는 아닐지라도, 직업으로써, 난민과 오지에 이웃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현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살짝 과장된 포장이라도 충분히 자격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슬쩍 한비야라는 사람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내가 너무 편협되게 당신을 판단하고 있었다 라고....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런 미안함을 줄이기 위해 구입했다. 4년동안 155쇄라니, 재빨리 인세계산이 앞섰지만, 이 세속적 부러움은,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세계 곳곳,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는 경험들이, 영화처럼 그렇게 펼쳐지면서 정신적인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그녀가 5년동안 경험한 구호팀장으로써의 일터, 아프가니스탄,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 쓰나미현장과 북한 등의 지명, 감히 언급하자면, 여타의 관련도서와 영상들을 통해 그 참상, 또는 안쓰러움이 이미 한가득 경험한 사례들이긴 했다만,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이 전한다는 것에서 또 다른 반성을 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소아적 인간인가 보다.


 

다국적기업과 권력자들을 보호하고, 세계화 질서를 유지하며,

자국 기업의 진출을 위한 지출 총액은 7,800억 달러,

기아 퇴치 프로그램에 190억달러,

난민정착에 50억달러.

 


 작년에 “탐욕의 시대”라는 독후감에서, 인용했던 책에서 소개된 통계의 일부다. “국익과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결국 상위 몇 퍼센트 밖에 안되는 소수 부유층과 재벌을 위한 것”인 세상, 세계평화유지는 유대인의 권위과 이익만을 위한 통념, 사람의 목숨도, 소위 인권도 스스럼없이 파괴할 수 있는 권위와 이익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물음 때문에 매우 가슴아팠던 기억이 있다. 말로는 내가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은 모두 남의 것을 대신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폼을 잡고는 있으나, 과연, 우리가 “네 이웃”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책 "탐욕의 시대" 관련 포스팅  http://blog.naver.com/jjjang60915/100058972603

 

내 술자리에 60%이상을 동참하고 있는 친구집 거실, TV 위에는 아프리카 소녀 사진이 한 장 놓여있다. 남매를 두고 있는 친구는, 부부가 각각 만원, 남매가 각각 5천원, 모두 3만원을 이 소녀의 후원금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생협을 이용하고, 공동체를 꿈꾸며,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조금씩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참 고맙고 또 감사하다. 그런데, 이 기부와 나눔행위가 갈수록 늘어나고, 관심을 끌고 있는데, 어찌 통계숫자는 변하지 않는 지, 여전히 밀알규모의 선한 행동이, 포대자루만큼의 국가, 인종의 편견과 욕심 앞에서는 아무 힘을 못 쓰고 있는 지 사뭇 궁금하다.

 

테레사 수녀처럼 자신을 모두 버리고 봉사하자는 것은 아니다. 인간인데, 어찌 너무나 인간적인 평강과 안위를 버리겠는가? 그저 조금만 덜어 보자는 것, 충분히 내가 쓰더라도, 한 술 정도는 한번 덜어 보자는 것이다. 아니면, 경제적이지 않더라도, 여타 민족과 국민, 다양성 앞에서 소위 “타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배려를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아니 최소한 백인 거지 앞에서는 기죽고, 피부색이 어두운 학자 앞에서는 고개를 빳빳히 드는 몹쓸 편견하나만이라도 버려보자는 것이다. 사람은, 어디에 살던, 어떤 일을 하든, 무엇을 먹던, 어떤 옷을 입고 있던 모두 똑같다. 이 가장 보편적인,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배우고, 실천을 훈련받은, 정말 대수롭지 않은 진리가 왜 이렇게 지키기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이 책 한권을 읽고 이런 생각이라도 잠시 한다면, 그것만 가지고도 지금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현장, 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한다. 한 발 더 내딪어 그들의 위한 구체적 나눔으로 나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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