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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딸아이에게 "강제적 주문형 생일선물"로 받은 두 권의 책 중, 손으로 무게를 달아 그 중 가벼운 책이다. 첫날 3분의 2정도를 읽고는 거듭되는 강한 톤도 좀 식상하고, 뭐 열심히 직장도 다녀야 하니 일주일 묵혀 두었다가 다시 서둘려 정독하기다. 사실, 2주전인가? 회사에서 제일 높은 분과 술자리를 하다가 이 책 말씀을 하시길래, 구했는데, 어제 다시 같은 분과의 술자리에서 독후감을 말씀드리고 났더니, 완독하지 않은 독후감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 눈 뜨자 마자 책 먼저 집게 된 것이 아마 약간의 양심불량에 대한 용서바람, 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분이 알까 싶다만서도..
'한국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모두 6부에 걸쳐 통렬한 한국의 블도저식 건축양태에 대한,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자본과 연류된 자들의 욕심, 정치인들의 웃기는 짬뽕같은 속내까지.. 아니 그것들과 협착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양심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속 시원히 긁어 내려갔다. 특히 최근 사회적 소재가 되고 있는 대운하에 대한 전편에 걸친 관심, 그리고 청계천을 통한 위장된 생태복원에 대해 언급 했으며, 마지막 한 살림등 우리 사회에 끈질기게 이어져 오고 있는 생태미학에 대한 상상도까지 펼쳐 내려갔다.
시원하다. 한 단어의 독후감이라면 이 단어가 제일 그럴듯할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있던 앞서 얘기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그 화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의 폭넓은 지식을 전달 받을 수 있었으며, 대부분 정말 속 시원하게 이해되고, 수긍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갈수록 보수골통이 되어간다는 주위의 놀림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가 소위 진보적 성향의 단어들이 아직 낯설지 않은 것은.. 이상의 오감도, 최근 몇 편의 영화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화코드들을 간간히 인용, 표절(?) 하면서 끄집어 낸 문화읽기의 결론들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떡고물처럼 딱 들어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요사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이론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화제를 딱 그만큼의 관심으로 고양된 화풀이로서 제법 그럴싸하게 두둘겨 패고 있으니,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마구 웃으며 읽어 봄 직하겠다.
1970년대 박정희 시대부터 지금 이명박정부까지, 건설, 자본, 그리고 파괴와 부의 축적, 그리고 그 안에 숨여있는 토호(중앙이든 지역이든)에 대한, 그리고 시대적으로 국토건설의 당면성과 필연성에 대해 단순한 이중 논리의 부딪침을 피하고, 다중적인 시각과 의식으로 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뭐 나처럼 월급에 매인 사람이 볼 때면 한없이 부러운 일이긴 하면서, 잠깐 이런 류의 생각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끔 생기던, "참으로 복잡하게 산다는 안쓰럼"같은 것까지는 미치지 않는 것은, 왠지 이 책에서 그가 보여주는 "메갈로마니아"애 대한 비아냥 속에 숨어있는 자유로움이 읽혔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편,
"88만원 세대"로 인기를 끌었다지만, 또 저자의 활동범위가 상당히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슬쩍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은, "자건거를 타면서 경쟁을 왜 할까?", "청계천은 어항이다", "대한민국 개발 오감도", "토목공화국의 몰락" "부드러운 변화를 위해", "생태미학 상상도"라고 모두 6부에 걸쳐 구분된 내용이 4부까지는 앞서 말한데로, 그 관점이 어디든, 그 사례에 청계천과 대운하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웅변대회 연사처럼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차용하는 바람에 도리어 각 주제별 "독립사고 발현"의 기대에 못 미쳤으며, 이런 차원에서는 도리어, 2부의 생태미학이야기에서 도리어 각 주제에 대한 각기 별스런 이야기들을 잘 매만진 듯 했다.
혹시 이런 트집에 매우 억울하겠지만, 아마, 88만원 인기에 힘 입은 급작스러운 저작이 아닌가 생트집잡기까지 동원하고 싶은 것은, 정수기와 비데로 때 돈을 벌고 있는 재벌의 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출판사 이름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한다. 왠지 인기에 영합한 자본의 마켓팅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아이러니컬 하게도 말이다. 환경, 생태 뭐 이런 단어를 의식해서 있가? 중질지 스러운 지질이나, 재생지 스러운 간지의 색, 그리고 문화일보 스러운 색지위의 인쇄 등, 갑자기 내용보다 양장과 제본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 이 때문이고, 그렇다면 내용과 부피에 비해 다소 거품이 많이 들어간 책값 역시 같은 이유로 말할 수 있겠다. 하긴 바로 이런 이유가 한달만에 3쇄에 들어간 이유가 될 수도 있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