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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일본사
아사오 나오히로 외 엮음, 이계황.서각수.연민수.임성모 옮김 / 창비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어떤 이유든, 제 3자 입장이라는 것이, 절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이기도 하다. 실증주의와 민족사관이라는 양분의 시각이 아닐지라도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늘 탄광의 삽질처럼 어렵고 고단한 일이 분명하다. 그러니 내 한번 인용한 바도 있지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 Car의 말 보다는 차라리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자리에서 마치 유적지의 지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석처럼 복잡하게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고 본다. (같은 말인가?)
특히나, 일본역사라는 것이, 뭐 “일본세기”의 표현들을 그대로 읽어도 웃기겠지만, 나야 당연히 한국학자들이 정리한 지식에 의존하려니 양국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어차피 정확한 전달은 어려울 것 같다. 학자의 양심이라는 것과 말 그대로 역사라는 것과의 “차이”때문이겠지만. 물론, 그 차이를 알아차릴 정도의 다면화된 지식도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주변으로 만 읽었던 일본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소위 통사의 개념으로 읽기는 난생처음이다. 그냥 귀 따갑게 들었던 “왜놈”들에게는 절대로 우호적이면 안 된다는 어설픈 민족정서가 내재되어 있음도 숨길 수 없지만, 그래도.. 한번은 알아야 한다는,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제대로 된 역사책 읽기의 일정 중 빠뜨릴 수 없는 한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구할까? 하며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과감(?)히 일본학자들이 쓴 번역서를 구입할 때는 아마 “그래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보냐?”라는 오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제대로 다른 책으로 일본역사를 읽은 경험도 없느니 이 말 역시 웃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동아시아 주변의 정세 속의 일본의 위치, 일반 대중의 사회사, 문화사를 중시했으며, 민중생활사를 조망했다는 것이 이 책의 세가지 특징이라고 편자는 밝혔지만, 뭐 다른 일본 역사책을 본 바 없어서 그 말의 진위를 따질 힘은 없지만, 작년에 이이화님의 “한국사이야기” 22권을 통독한 경험으로도 통사개념의 개론서에서 왕조 등 집권층을 제외한 일반 사회와 민중의 이야기를 추적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이 일정 부문에 대해 참으로 재미있게 그 특징들을 살릴려고 했다는 것에 동감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헤이안 시대까지 대부분의 이야기가 도대체가 입에 익숙해지지 않는 집권층들의 계보로만 채워지고 있는 본문안에서 정말 낑낑대고.. 몇 번이고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시대를 보니 그게말이다, 우리로 따지면 뭐 삼국시대 아닌가. 뭐.
사과야 빠를 수록 좋으니 나의 무식을 이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조오몬문화, 야요이문화, 고분(아스카)문화, 나라문화, 헤이안문화, 카마꾸라,무로마찌문화, 에도문화,메이지문화. 이 쉬운 시대별 구분조차 이 나이에 처음 알았다. 정원, 막부시스템 등 형태는 틀려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정세뒤집기와 그 속에서의 사회운영체제.. 그래 역사는 타산지석인 모양이다. 몇국의 역사를 접하면서 이제 점점 시대별 개괄이 참으로 쉽게 다가오니 말이다.
그래도, 이게 일본사가 되다 보니까.. 흐흐. 역자들이 가끔 (특히 고대사부문에서) 필자들의 의견에 상반되는 참고사항들을 친절하게 덧붙이는 것에 대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으며, 원래 책에는 없다지만 수십개의 도표들을 삽입하여 본문내용의 이해를 도운 편집체계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나 역시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나 역시 한국인인 모양이다. 1899년 중국의 의화단의 난. 그리고 1900년 6월 서구 및 일본 8개국의 개입의 서술 중 “의화단 진압전쟁 당시 연합군의 약탈, 방화, 학살은 극에 달했다. 일본군만이 용감하고 군기가 엄정하여 열강의 신뢰를 받았고, 청나라의 불안한 정치정세 때문에 이른바 ‘극동의 헌병’이라는 지위를 얻었다.”라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정말 낄낄대고 웃었다. 나는 왜 이 극동의 헌병이라는 멋있는 일본군이 아니라 모르긴 해도 그 8개국중 제일 비인간적인 군기속에 있던 놈들이 아닐까 하고.. 아시아 지역에 퍼져 있는 안티일본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나 한국인이라는 기본적인 선입관은 버리고 최대한으로 필자들의 의견을 그대로 읽었다. 그게 그 나라에 대한 가장 빠른 이해라고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 이제야 한번이라도 그 들의 역사를 들여 볼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수확이고, 뭐 몇 번의 검토가 있긴 했지만 우연처럼 참으로 좋은 책을 골랐다 라는 자부심도 함께 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