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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나
C. 라자고파라차리 지음, 허정 옮김 / 한얼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인도에 대한 책들은 선뜻 대하기 어려웠다. 워낙 풍부한 힌두의 이야기를 과연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겁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게다가 그 발음하기도 어려운 (물론 한글로 번역되긴 해도.) 그 많은 지명과 이름들을 읽고나면 바로 잊어버려 결국, 읽으나 마나한 헛된 노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다. 더구나 인도하면 떠오르는 신비..운명이란는 단어와 함께.. 지속적인 공부없이는 한 두권의 책으로 결국 포기할 바에야 시작도 말자는 얄팍한 계산도 숨어 있었다.
아시아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이 시작된 몇년이래.. 나는 여행이든 관심의 마지막을 인도로 목표 삼았다. 그것은 어쩌면 인도를 시작하고 나서 아시아를 이해 하기 빠를 수 있다는 일반적 지침을 역행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도리어 나에게는 그것이. 주변 국가에 숨어 있는 인도를 하나씩 찾아내고 그 종합편으로 인도를 부딪치는 것이 도리어 유리할 것 같다는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인도는 늘 아시아로 얘기된다. 그런데 아시아.. 아마 그건 인도에서 발현한 종교들이 아시아 전역을 자리잡고 있는 현재를 감안해서 나눈 지역성이 아닌가 한다. 생겨먹은 모습이나 교역의 노련함등을 본다면 사실 중앙아시아, 그러니까 서역이라는 지역성이 더 가깝지 않은가? 정신적인 아시아와 지도로 구분되는 아시아의 경계에 대해 스스로 정의내릴 때가 된 것 같다만서도....
그런데. 결론적으로 아시아로 정의하자. 아리아 인들이 코카서스 언덕을 지나 어찌어찌 해서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던 간에, 토호세력의 역사적 창궐이던 간에.. 이 커다란 문명 덩어리를 서양이라는 범주에 넣기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로 시작된 나의 "아시아 문명 이해 프로젝트"는 늘 위대한 아시아를 주창하곤 하지만, 기원전에 서사시의 동일한 시대에 만들어진 신화덩어리를 이제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내겐 행운이다. 호모의 일리야드.. 그리스 로마 신화... 각가지 신들의 잔치와 엮임. 그리고 그들이 내려다 보며 즐기고 돕고, 삐치는 인간사..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섭리와 운명 앞에서 영웅들이 헤쳐나가는 법도와 숙명...."라마야나"는 그 중의 하나인 위대한 아시아의 신화이다.
라마 - 비슈누신의 화신. 야나- 이야기.행적(GOING). 즉 라마의 행적..인생.. 뭐.. 이런식인 책은.. 라마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신들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고, 그 공으로 시타와 결혼하고, 왕위에 눈이 먼 작은 어머니의 음모로 숲으로 아내와 함께 쫓겨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한인 14년차에서 1년이 남아있는 시기. 저기 먼 남쪽의 란카(스리랑카)를 다스리고 있는 라바나에게 아내가 납치당하고 1년만에 구출해서. 고향인 아요디야로 돌아와 코샬라왕국을 다시 다스리게 된다는.. 뭐 그런 인생역경을 그린 동화, 아니 신화다.
인터넷 서점에서 판본을 뒤지다가, C. 라자고파라차리가 영문판으로 간행한 것을 골랐는데. 원전.. 원작을 가끔 거론하면서 훌룡한 묘사를 칭찬하는 것을 보면 원전이 궁금하기도 했으나, 어차피 샨스크리트어로 읽지 않을 바에야 그 묘사를 이해할 길이 없으니. 그냥..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 신들과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낌이 있었다. 이걸 시작으로 그저 혹시 힌두교 등.. 앞으로 만날 많은 아시아의 문화파편과의 조우시 그저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하는 바램 뿐이다.
백년전의 사람도 가끔 무시하는데.. 도대체 몇 천년전에.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이 역사의 산물앞에서 나는 어디까지 무릎을 구부려야 하는 것인지. 우리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 머리속에 있는 상상력이라는 것, 자연을 향한 끊임없는 경배와 숭배.. 그리고 그 결과로 얻는 문명.. 문화.. 역사. 아 정말 난,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하고.. 선대가 이루워 놓은 이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참으로 경이롭고 경이로울 뿐이다.
인도에서는 라마야나를 구송해주거나, 듣거나, 읽거나 하면 그 자체로 죄와 슬픔에서부터 구제당한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완독했으니.. 내 죄에서.. 내 슬픔에서 나를 놓을 수 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