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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사가 하나 빠져버린 것 같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마지막 페이지를 한동안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끝이 난다고?'
열린 결말이었다.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알 수 없는 여운은 그렇게 쉽게 가시지 않았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새드엔딩에 더 가깝지 않을까. 결코 해피엔딩이라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허무하기보다는, 허망했다. 무언가를 잃은 듯한 여운이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그런 여운만이 남았다.
나는 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눈가리고 책읽는당> 당원으로 선정되어 미리 블라인드 도서로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와 제목을 몰랐을 땐 외국소설인 줄 알았다.문체로 보아하니 일본 소설은 절대 아닐 터. 프랑스쪽인가? 외국소설이든 국내소설이든 딱히 상관 없었기에 크게 신경을 쓴 건 아니었지만, 작가와 제목이 공개되었을 땐 이 책이 국내 소설임에 한 번 놀라고, 내 스스로의 안일한 편견을 깨달았기에 두 번 놀랐다. 신기한 것은, 다시 되짚어보면 분명 국내소설에서나 나올만한 고유의 표현들이 몇몇 짚인다는 것이다. (정말 안일하게도 읽을 당시엔 당연히 번역가가 번역을 신경써서 했나보네라고 생각했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무심하게 읽혔다. 인물 한 명 한 명의 감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했다. 그렇기에 여운이 더 진했던 것이 아닐까. 그 고요함 속에서 터져나온 폭탄때문에 마음은 크게 요동쳤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그저 행복을 바랐다. 책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비열하기 짝이없는 인간들을 욕하면서, 새인간들과 주인공이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복은 지금 반쪽이 되었다.
구병모 작가를 몰랐다. 어떤 작가인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작품의 이름을 들으면 그제서야 안다. (물론 구병모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버드스트라이크를 통해 알게된 구병모 작가.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스토리가 엉망인 이유가 아니라, 결말의 여운이 너무 진하게 남는 것이 두렵다.개인적으로 새드엔딩을 원하지 않는 나로서는 구병모작가의, 버드 스트라이크의 결말이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 비오와 란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며 이 여운을 애써 덮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