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엄청난 소문을 달고 나타난 소설이었기에 아마도 많은 이들의 기대를 많이 받은 책이 아닐까 싶다. 내용의 소재가 미대륙의 흑인 노예의 삶을 다룬다고 해서 느닷없다거나 이제 와서 왜~ 그런 식의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에게 이순신의 삶을 다룬 영화를 이제 와서 왜 만드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역사이니까, 그들의 삶의 시간 속에 포함된 일이니까, 그리고 우리 인간의 역사이기에 늘 기록되고 누군가에게는 전달돼야 할 문제이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드라마인 뿌리Root를 보았다. 그리고 선명하게 까지는 아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 잡혀 노예가 되고 노예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미국 땅에서 노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역사 책이나 위인전으로 만난 대통령 링컨의 이야기만으로는 알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 역시 내가 사는 곳과는 아주 먼 땅의 이야기일 뿐이었고, 나와는 일절 상관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여겼다.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역사에서 식민의 역사가 존재하고 이 땅의 사람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조차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기 그런 일이 있었으니 분노해야 하며 그런 일이 있었으니 그들을 밉게 봐야 하며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들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정도로만 인식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분명 남의 일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일은 아닌 듯이 한켠에 두고 살아가는 나에게 드라마 뿌리의 이야기는 그냥 드라마 속 이야기와 얼추 비슷한 정도로 여겼으리라.

   뉴스를 봤다. 몇 년 전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관이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대규모 시위가 미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였다. 간간이 세계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 중에는 백인 경찰들의 흑인 범죄자뿐만 아니라 흑인을 향한 인종 차별적 대우에 대한 것들이다. 지구에서는 언제부터 이렇게 인종과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미워하며 싸우게 된 것일까? 바벨탑 이후에 그리된 것일까? 성경에서는 십계명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라 하셨는데 그 이웃에는 우리도 흑인들도 포함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과연 지구의 역사에서 인종 차별이 사라진 시기가 있었을까? 단 한순간이라도. 편을 가른다. 색깔로 가르고 지역으로 가르고 연고로 가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색출해내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질책하고 면박을 주려 한다. 이러함은 과연 인간의 본성일까?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시위의 역사적 시작 부분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더 이전의 역사는 미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에 대한 백인들의 행포였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장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식어과 없이 단문으로 이어지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그리 드러내지 않으며 상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려 하는데 그것은 마치 르포 문학을 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코라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아프리카에서 건너와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흑인들의 삶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으며 그런 삶 속으로 또 흑인 노예들을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또 그 안에는 어쨌든 흑인의 삶을 거세하려는 삶들도 있으며 또한 흑인들 사이에서도 흑인을 고발하거나 다른 흑인의 삶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아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이면서 왜 우리 인간들은 이런 삶을 살 수밖에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어준다. 긴 여정 후, 코라의 삶은 그 후 미국에 어떤 모습으로 스며들었을까? 우리는 과연 그러한 삶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기는 할까? 그러는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를 진지하게 묻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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