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05 -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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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 책을 처음 만났는지 이젠 기억에 남아 있질 않았다.

분명 한때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많은 소설들에 즐거움을 느끼며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

30년에서 35년 전 쯤이 아닐까 싶다.

누른 색깔의 갱지 같은 느낌의 종잇장과 비닐 커버가​ 씌워진 표지는 시간이 흐른 만큼 표지를 둥글게 휘게 만드는 ... 아마도 습도때문이었겠지? 하지만 그것은 마치 종이는 시간이 흐르는 만큼 키가 자라나는데 비닐커버는 그대로여서 그 비닐커버 안에서 자라난 종이가 몸이 휘어지는 느낌이었다 ... 그런 책이었던 듯하다.

회색 뇌세포를 돌리며 콧수염을 다듬는 포와로에게 열광했고, 미스 마플에게서 편안함도 느꼈었다.

십여 년 전인가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한번 쭈욱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언뜻 손을 내밀지 못 했던 것은 어쩌면 오래된 번역의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또 너무 오래된 책이라 읽는 재미가 달라져 버린 내 입맛에 걱정도 한 듯하다.

이번 황금가지 판​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어떤 면에서는 표지 디자인 때문에 강력하게 끌려서 구입하게 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클로즈업된 듯한 인물의 흑백 표지에 강렬한 붉은색의 제목.

마치 아주 오래전의 흑백영화와 같은 느낌의 포스터라고 할까?

역시 사람의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중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란 생각을 들게끔 해준다.

​이 정도 감각의 디자인이라면 분명 모으는 이들도 상당하지 않을까?

​사실 너무나 오래전에 읽은 여사의 소설들이라 기억은 잘나지 않지만 ... 다시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 속에 담겨진 수다스러운 동네 주민이나, 범인을 직접 경찰에 넘기지 않고 마지막 결정을 범인이 내리도록 남겨두거나,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범죄만을 해결한 채 그 사건을 경찰에게 알리지 않는 ... 그랬던 것 같은 여사의 작품들이 몇 권 생각이 났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서도 작은 마을에서 서로의 집을 왕래하거나 부녀 모임을 통해서, 그리고 가득한 호기심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탐구하면서 누구네 집에 무슨 일 있고, 이런저런 일들은 그렇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라고 추리를 하는 캐롤라인의 모습에서 미스 마플의 소설들이 언뜻 언뜻 떠오르고는 했다.

물론 캐롤라인이 미스 마플처럼 범죄 사건을 추리해내고 범인을 추려내거나 그러진 않지만 아니 못하는 것인가? 그리고 미스 마플만큼 올바른 추리를 펼쳐내는 것은 아니며 상당히 공상의 상상력이 다각도의 호기심으로 수다에서 얻은 정보들을 나름의 체계로 나래를 펼치곤 하지만 그래도 가득한 호기심과 작은 마을의 할머니 같은 모습에서 그리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

동네의 친한 사람들과 이러저러한 소식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사실 실제 생활에서 동네의 그런 주민이라면 인상 찌푸릴만한 사람이겠지만 소설 속에서의 그런 모습들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아니 즐거움 가득한 사람 옆에 있을 때 나에게도 전해지는 보글보글 거리며 끓어오르는 자잘한 행복감이 전해졌다고 할까?

어찌 보면 셰퍼드 박사는 참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캐롤라인이 그의 누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에게 가족이란 나이가 들어서는 같이 모여 살 이유도 없고, 가족의 일로 모인다 하여도 서로 그리 말이 많지가 않다.

​일방적으로 말많은 사람이 언어를 입에 틀어놓을 뿐인 상태가 많고 다른 사람들은 제 할 몫만 하고 마는 그런 가족의 모임이라 그리 정겨운 느낌의 모임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어쨌든 가족이 모였다는 그 하나에 더 촛점을 두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캐롤라인 누이와 살아가는 그 자체가 몹시도 부러웠다.

호기심에서든 상상력이 넘쳐나서든 하루 중 식구들이 모여 잠시나마 이야기를 가지는 그런 시간을 가진다는게 참 부럽고 따뜻하게만 느꼈졌다. 절대적으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서술 트릭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사실 서술 트릭이라는 용어?도 안지가 요 며칠 전의 일이라 예전에는 그런 것도 모르고 분명 읽었을 것이다.

이번에 읽으며 왜 이 소설이 서술 트릭인지를 마지막에서야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나직하게 되짚어주는 묘사에서 앞 부분에서는 그렇게 밖에 내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을 ... 작가의 부연 설명도 없는데 단지 이렇게 했다 라는 하나의 문장을 읽고는 나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분명 이런 직업군이 사람이 그 상황에서 할만한 이런저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라고 스스로 일러주며 머릿속에 그렸다.

분명 여사는 독자가 읽으며 그리 느낄 것이란 계산으로 썼을 것이고 나는 독자로서 그렇게 받아들였으니 나는 여사의 즐거운 독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이 밝혀지고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게되었을 때는 아주 멋진 추리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로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 자동차와 전화기도 있지만, 귀족이란 이름과 하녀라는 이름도 존재하던 시절의 영국의 대저택에도 들어가 보고​ ... 고풍스러운 소설을 즐거이 읽었다.

​천천히 시간나는대로 여사의 다른 작품들도 한 권씩 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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