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 삶의 관점을 바꿔주는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찾은 인생의 해법!
변지영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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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불안을 느끼지 않은 적이 과연 있었을까?

어렸을 때는 숙제를 미처 하지 못해 불안했고, 체육복을 챙겨가지 않아 불안했다.

놀러나가 옷을 더럽혀서 야단맞을 것을 불안해했고 성적표의 점수가 불안하게 만들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최소한으로 나에게 주어진 그래서 내가 해야 한다고 밖에서 만들어 놓은 ​어떤 결정들에 미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그렇게 늘 불안하게 떨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역할이란 것이 늘 그 시간대별로 나에게 주어졌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어야 했고, 집에서는 착한 아들에 말 잘듣는 ​남동생이어야 했고 좋은 오빠여야 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했으며 할머니의 귀여운 손주가 되어야 했다.

나란 사람은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역할이 내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함부로 나서서는 안되고 아무 데서나 떠들어서도 안되며,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은 도와주어야 하며 형이나 오빠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어린 동생들을 잘 이끌어야 했다.

어쩌다 그런 일들을 한 나에게 주어지는 칭찬들에 활짝 기뻐하기도 하였지만 또 한 편으로는 칭찬받지 못하는 나를 불안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라는 ... 인간이 모여들어 ​만들어진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질서에 걸맞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혹시 내가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으로 그렇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인간 생활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말을 한다.

지금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불안은 단순히 노후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같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단계는 생략한 채 정해진 기간 안에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후유증이며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항상 뭔가를 해야만 했던 ​무수한 날들의 보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어떤 삶을 살지를 고민하기 보다 그냥 하루를 주어진 만큼 불안해하면서도 어찌어찌 그냥 되는대로 살아왔기에 지금 그 대가로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는 말을​ 우리는 아주 쉽게 한다.

꼬마들에게 넌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꼬마들은 자기 이름을 말한다.

자기 이름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학교에 진학을 하면 아이들은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 누구라고 하고 ...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어느 학교를 다니고 어떤 직장엘 다니며 키가 얼마고 ...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되면 그때부터는 철학이 내 삶에 스며들어오는 느낌을 강렬히 받게 된다.

스님들의 화두처럼 ... 너는 무엇이냐.

쉽게 아무렇게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과연 나는 나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작가의 말처럼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불안함을 느꼈다는 그 말에 큰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세월이 요구하는 계획을 따르게 되는 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뒤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했다가​ 나와 맞지 않아 관둬버릴 때면 또 나는 저런 뛰어난 사람만큼은 될 수 없구나 하는 열등감에 휩싸인 불안을 처절하게 맛보곤 하였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말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분리되어 불안을 일으키지 않고, 잇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하는 지혜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고 ...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쇼펜하우어의 숨결과 함께 하자고 작가는 내게 등을 두드려둔다.

책은 하나의 잠언집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게 그리 편집되어 있다.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의 원본이 실린 책의 행태를 잘 몰라 모르겠지만 작가는 쇼펜하우어의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소품과 부록"에서 모두 발췌하여 10개의 장에 101가지의 이야기들을 담아 놓았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아마도 지나가는 말투에서 염세철학을 들었으며 쇼펜하우어의 이름도 들었을 것이다. ​

그리고 스무 살 무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라는 이름을 얻었음이 자랑스럽지는 않았지만 분명 고등학생 때까지의 삶보다는 사회가 내게 요구한 업무들이 훨씬 줄어들었을 때 나는 ​혼자 있는 그런 고독의 즐거움을 느꼈던 듯하다.

어두운 골방에서 나의 몸을 세상으로부터 따로이 격리시켜줄 것 같은 크기의 록음악을 틀어놓고 독서를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즐거움을 맛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분명 겉멋으로 염세라는 단어의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저 혼자 느꼈다고 하면 좀 많이 유치할까?

아무튼 그때 염세철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상 살맛 나지 않아 우울해하고, 좌절하며 ​고독에 몸부림치는 게 염세철학인 줄 알았고 누군가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에 나 이만큼 고독하단다 말하고 싶을 때 그때 인용도 하곤 했던 글귀들 ...

작가는 왼 편에 쇼펜하우어의 말을 담고 오른 편에 쇼펜하우어의 말에 대한 작가의 생각 내지는 풀이를 담아서 알기 쉽게 들려준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본다 늘 들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펼쳐서 보는 작은 형태의 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양복 안주머니나 가방 한 귀퉁이에서도 그리 큰 부피를 차지 않는 형태의 책이라 늘 함께 하는 소지품 형태의 책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처럼 스토리를 따로 쭉 읽어나가는 책이 아니라 시집처럼 한 편의 시를 읽고 곱씹는 시간을 가지듯이 그런 책이기에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싶은 그런 책이다.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 자주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듯이 그렇게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도 이런 책과 주기적으로 훈련을 한다면 분명 마음에 어느 정도 평온이 찾아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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