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 일주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보지 않았을까?

어렸을 적, 해외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도, 책이나 영화의 영향이겠지만 그런 시절에도 세계 일주를 꿈꾸곤 했었다.

왜 우리는 여행을 꿈꾸는 것일까? 왜 현재의 거주 지역에서 온갖 만족을 다 느끼지 못하고 거주지를 벗어나고 싶어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자유를 안겨주는 일이거나 달콤한 휴식을 제공하여 또다시 돌아왔을 때 숨 가쁘게 살아갈 원동력을 주는 것쯤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일까? ​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정 혹은 집에 어떤 문제들이 있어서 떠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정이나 집에서 보다 차나 배나 비행기를 타고 떠난 곳에서만 만끽되는, 아니 집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은 아닐까 싶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장소 혹은 환경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호기심이나 익숙하지 않기에 혹은 쉽게 볼 수 없기에 주어지는 높은 가치에 대한 숭배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소설 "남은 생의 첫날"은 ​책표지에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라고 적혀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순수한 드라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대 40대 60대의 세 여성, 카밀, 마리, 안느​가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며 80대 여성인 이블린까지 치자면 그 각 세대의 여성들이 사랑을 찾으며 행복한 엔딩을 맛보는 그런 드라마이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여 20여 년을 남편과 딸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을 가족에 묻은 채 살아온 마리는 자신과의 결혼 생활을 지루해하는 남편의 마흔 번 째 생일날 집을 떠나 여행의 취지가  '고독 속의 세계 일주'인 100일간의 크루즈 여행길에 오른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40년간 동거를 해온 남자 친구?가 집을 떠나 더 이상 자신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상처 입은 60대의 안느도 '고독 속의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된다.

​20대의 카밀은 누구나 외면했던 뚱뚱한 외모로 살아오다 성형 수술로 누구나 뒤돌아보게 되는 미녀가 되어 회사도 옮기고 자신감 없는 외모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그런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100일 동안 닿는 항구마다 그곳에서 남자 한 명을 유혹하는 그런 목표를 지니고 역시 크루즈 여행을 선택한다.

어떤 이유로든 각자의 이유에서 여행길에 오르지만 결국 다들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진 곳 같다. 이곳은 ...

카밀은 '고독'해지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지만 시간이 맞는 여행 상품이 이 상품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여행길이지만 ...​ 이 여행을 선택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슬픔 혹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로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컨셉이 자신에게 꼭 알맞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그들은 분명 떠나야 할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왜들 그리 물어보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

다른 사람이 묻기 전에 말하기도 하지만 ...​

크루즈라는 여행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더 선호하는 여행이라 그런 건지 ... 주인공 세 여성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랑이 생겨나고 ... 떠나간 사랑이 다시 찾아오고 ... 뜨개질을 즐겨 하며 가정주부로 살았는데 그 뜨개질이 사업으로 연결이 되어 독립하여 살아갈 경제력을 제공하게 되고 ... 그런 그냥 소설 같은 영화 같은 드라마 같은 내용일 뿐이다.

절망으로 자신의 터전을 떠났다기 보다 ​떠나고 보니 모든 게 다 잘 되어지는 그런 드라마.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띈 것들은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 그러니까 몇 년 전에 내가 들은 말은 프랑스인들은 자기 나라에 대한 문화 의식에 자존감이 높아서 ​프랑스에 여행을 가서 영어를 사용해도 거의 통하지 않고 그네들은 자기들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만 사용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마리는 즐겨 보는 드라마와 영화의 제목들이 모두 나도 알고 있거나 들어 본 미국 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들뿐이었다.

프랑스의 드라마나 영화는 한 편도 입에 오르질 않는다.

프랑스에 대한 것은 유일하게 이 소설의 제목이 쓰인 듯한 장 자크 골드만의 샹송뿐이다.

마리가 집을 떠나 변신을 꾀하기 위해​ 크루즈에서 머리를 적갈색으로 염색을 하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었을 때도 미국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닮았다고 말을 한다.

프랑스의 배우가 아니라 말이다.

​프랑스라고 하면 민주주의의 태동을 이끌기도 하였고 여권 신장이 이루어진 나라라고 생각했던 반면 아내들의 삶은 한국의 여성들 못지않게 여자로 강요당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미인이어야만 가질 수 있는 어떤 특권이 있는 ... 그리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식의 나라여서 참 신기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 프랑스 소설을 읽는 것인지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분간이 되질 않을 정도였다.

20대의 카밀은 성형으로 미녀로 탈바꿈한 외모로 항구마다 멋진 남성을 유혹하여 사랑을 나누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관계 측면에서 말만큼 그리 적극적인 아가씨는 아니다.

그리고 다른 여성들 역시 성에 대해, 나라는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자유로움도 없이 굉장히 보수?적인 느낌이다.

배우자를 병으로 잃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결혼 후에는 다른 이성을 전혀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더더욱이 순수한 드라마같단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다섯 여성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들은 배를 탄 이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떤 경로로든 ...

오늘이 내 남은 생의 첫날이란 포부를 당차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결국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느낌의 소설같아서 ... 여성의 성장 소설이라기 보다 그냥 어찌보면 신데렐라같은 흔한 드라마같은 그런 소설이다.

​여성에게는 사랑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 여성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사랑일까? 아니면 사랑이 그 목표지점인걸까?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로맨틱할 수도 있을 법하다.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야 할만큼 큰 파장이 삶에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떠나는 것만으로도, 그것도 ​호화 크루즈를 타고 100일간의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얻고 일도 얻게되고 ... 현실의 지루함을 소설로나마 꿈꾸게 할 그런 로맨스.

여성들에게는 현실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위로해줄 그런 로맨스가 아닐까 싶다.

소설 속에서 마리는 이와 같은 일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실제로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식의 표현이 나온다.

이런 소설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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