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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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앵무새 죽이기"가 하퍼 리 여사의 유일한 소설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사의 새로운 소설이 55년만에 발표가 된다고 한다.

​55년동안 묵혀져 있던 원고는 "앵무새 죽이기" 보다 먼저 쓰여졌지만, 시간 상으로는 "앵무새 죽이기"로 부터 20여년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니까 완전 다른 이야기의 소설 작품이 아니라 "앵무새 죽이기"의 그 가족에서 세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 소설이 어떤 형식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만약 마가렛 미첼 여사의 미발표 원고가 깊이 숨겨둔 금고 안에서 발견되었다면 ... 그 역시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파수꾼"이란 이름의 새소설은 작가의 유명세만큼이나 2015년 7월 14일, 전 세계에 동시출간을 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소설 "파수꾼"에 대한 나의 호기심 혹은 관심은 새로운 소설의 내용에 대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참 이상하지 ...

​"앵무새 죽이기"를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 것이다.

그 소설이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지니고 있는지를 ...

장담하건데 ... 이미 광고를 통해 접해보는 정도로도 파수꾼이란 소설은 도저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그런 소설이란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파수꾼"의 내용보다 "파수꾼"에 얽힌 이야기들에 더 궁굼함이 많았다.

영화 "카포티"에서 주인공 카포티의 친구로도 화면에 등장하는 하퍼 리 여사를 떠올리며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 이런 식으로 ... "앵무새 죽이기" 보다 먼저 쓰여진 소설이 55년이나 지난 후에야 사람들의 손에 들려져 읽혀지게 된 그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돌아가셨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생존해 계시는 하퍼 리 여사의 이야기가, 참으로 궁금해졌다.

어떤 알지못할 사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설적인 일인 것만 같았다.​

파수꾼은 26살의 ​진 루이스 핀치가 뉴욕에서 고향인 애틀랜타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1954년의 애틀랜타.

​애틀랜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이기도 하다.

미국의 역사에서 큰 부분에 해당하는 남북 전쟁​이 한 편으로는 노예 해방 전쟁 쯤으로 알려진데는 남부의 흑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거 같다.

​많은 영화들과 많은 소설에서 남부를 다룸에 있어 주요 사건이 인종 차별인 것은 그만큼 흑인들의 육체 노동력을 요했던 지역이며 그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기에 흑인의 인구수도 많은 증가를 함으로써 팽창해져버린 흑인들과 백인들의 문제가 어떤 형태로 드러난 것이 인종 차별이 아닐까 싶다.

그 옛날, 민주적이지 못하던 시절,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들이 노예선에 끌려 미국 땅을 밟을 때만 하여도 인종 차별의 형태로 흑인들을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나 동물과 같은 매매의 가치로 여겨진, 그래서 인종이라고 여기지 않은 ... 노예였던 시절에는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예 제도가 폐지 되고​, 백인들 입장에서는 흑인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여야 하며 그들과 지역 사회를 함께 살아가야 할텐데 ... 민주주의의 역사가 깊어갈수록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고 생각해야하는 것이 일반론이 되어가는 즈음에,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고 사람이 사람을 인간 이하로 대할 때 인종 차별이 문제가 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50년대만 하여도 여전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간으로 서로를 대해주지는 못하였던 듯하다.

흑인은 흑인일 뿐이며 백인과 같은 인간이지는 않은 존재,​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를 받기에는 여전히 인간일지라도 모자란 존재 쯤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인가 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8년에 암살을 당하셨으니 ​1950년대에 흑인들의 지위는 어떠했을지 ...

그런 시절에 하퍼 리 여사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무참하게 토해낸다.

그것도 자신의 영웅이자 신과 같은 정답의 존재인 아버지에게 ...

비록 "파수꾼"은 시대상을 담았지만 첫번째 소설로써는 적절하지 못하였는지 모르겠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도 못한 작가의 처녀작이 세상을 향해 칼날을 날카롭게 드리웠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파수꾼" 대신에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발표하게 되었는지도 ...​

"앵무새 죽이기"와는 완전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리고, 아버지는 비록 자신이 변론을 해야 하는 이가 흑인이라 하여도 최선을 다해 ​변호를 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아버지는 인종 차별을 극복하는 덕망있는 인물이며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함을 보여주는 완전한 민주주의 인간형을 보여준다.

그로인해 이 "앵무새 죽이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읽는 스테디셀러가 된 것일게다.​

"파수꾼"을 읽으면서​ 남부의 흑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백인들의 사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 음

하퍼 리 여사의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을 떠올렸다.

남부의 여인상을 떠올린 것인지 ...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으로서의 캐릭터쯤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남부라는 환경 때문인지 드넓은 평야와 바다만큼 큰 미시시피 강을 지녔기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미국의 남부에서 자란 말광량이와 개구쟁이들을 몇 명쯤 알고 있고 그 중에서 나는 스칼렛 오하라와 스카웃을 비슷한 여인 쯤으로 생각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파수꾼"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되는 부분은 ​중반 이후부터 드러나는 아버지와의 인종 차별에 대한 대립일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인종 차별에 대한 각자의 입장과 분노를 드러내며 26살의 순수 정의만을 몸에 체득한 스카웃은 고향, 가족과 등을 지려고 까지 하게 된다.

​...

이러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나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가족이었다.

일 년에 한 번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찾아가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보내는 ...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다 친한 것은 아니고, 그 안에서도 내적 갈등이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

​1950년대 ...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을 겪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살았던 시절.

1970년대까지만 해도 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쉽지 않았으며 일찌감치 공장에서 산업의 역군으로​ 살기도 해야 했던 ...

여성으로서 딸로서 자신의 주장을 목소리 높혀 말하지 못했던 ...

하지만 미국에서는, 뜨거운 남부에서는,​ 26살의 딸이 일흔이 넘은 아버지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것은 소통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버지니까 딸이니까 가족이니까 그래서 접고 두루뭉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언행에서 옳고 그름을 배워나간 사회에서는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할지 알 것도 같다.

우리나라의 가족 문화와는 아주 다른 문화를 지녀서 이해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

그것이 어느 나라의 일이다 하더라도 ... 잘 어우러지는 가족들을 보고 있자면 참 부러운 마음이 크다.​

"파수꾼"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참 두서없이 적혀버렸다.

이야기에 대해서는 내가 무어라 할 부분이 없는 것이다.

"앵무새 죽이기" 만큼이나 재미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은 후에 "파수꾼"을 읽는다면​ 딸의 분노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읽지 않고 "파수꾼"을 읽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싶어질 것이다. "파수꾼"에서도 "앵무새 죽이기"의 내용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같은 맥락의 소설로 읽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두 소설은 분명 다른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출판이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그 궁금함과 "파수꾼"과 "앵무새 죽이기"와 하퍼 리 여사에 얽힌 이야기들이 무려 20여 페이지에 걸쳐 번역가 공진호 선생의 번역 후기가 제공되어진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번역 후기까지 읽고 나니, 한 여름 대한민국에서 인중에 맺힌 땀한번 지워내고 다시 천천히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그런 소설이었다.

작가이신 하퍼 리 여사에게도 감사하며 이 소설이 출판하는데 기여한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번역가와 "열린 책들"에게도

이런 소설을 읽게해주셔서​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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