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해서, 찰스 부코스키가 누군지 몰랐다. 시, 수필, 소설 등 장르를 체계적으로 넘나들며 수없이 많은, 그래서 작품목록도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미국 주류 문단의 이단아. 근데 솔직히 몰랐다.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했다지만 나는 아니었나보다. 그의 대표작조차 들어본적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건 부끄럽지만 우연히도 마음에 드는 표지그림, 표지의 촉감 때문이었다. 어쨋든 우리 문단의 역사와 흐름도 하나 모르는 내가 미국 문단의 그런 내용을 알리가 만무한데, 알지도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혼자 뻘쭘해하지는 않을까 조금 주저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주저는 첫 글(긴 거절 편지의 여파)에서 바로 사그러들었다.

'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은 동유럽작가가 필요하다.'

글을 잘 알지 못하여 이런걸 뭐라고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또 읽을만큼 마음에 드는 문장이요, 글짓기였다. 그리고 책에는 그런 글짓기가 꽤 많았다. 그렇게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아 글을 참 잘쓰는 작가구나, 나도 부코스키의 팬이 되었다.

특히 재미있었던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허구와 자서전 사이의 희안한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그다지 자랑스러운 모습들은 아닌데, 그런 인물로 본인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상당히 좋은 글짓기로. 감탄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더군다나 워낙 다양한 글을 끊임없이 써오던 작가여서 그런지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그냥 술취해서 하는 소리인지 구별이 안가는데 아 부코스키는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구나, 천재성이 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제목 그대로 술냄새를 풀풀 풍기는데 싫지 않은 그런 요상한 매력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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