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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한적한 물가같은 곳에서 벚꽃이 휘날리고 있으며 그 아래에서는 하얀옷을 입은 여자가 뱀에게 두 손이 묶인 채로 쓰러져 있다.정말 표지부터 약간에 기묘함을 느꼈었다.분명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에도 불구하고 뱀이 묶여 있어서인지 여자가 쓰러져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위화감을 느꼈었다.
왠지 모르게 신성해보이는 그 표지를 넘기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역시 극찬을 받은 명작은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스트립 댄서와 재벌가 망나니 아들의 로맨스.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 내용이며 너무 뻔하게 알 수 있는 결과였다.나는 책의 몇 장을 읽고 성급하게 그런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삼류 소설들과는 다른 내용인 '변호 측 증인'은 하나의 희망의 조각도 없이 암울한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가족 그 누구도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무시에 또 무시를 하였다.
망나니인 아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어 보겠다고 한 것도 좋았으며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서 노력하는 그 모습도 결코 장난이 아닌 진지한 사랑으로 보였다.다른 가족들은 별달리 좋아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둘은 나름대로 꿈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말 그대로 꿈처럼 말이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살해되고 모든 증인들의 진술과 증거는 모두 남편을 가리키게 되었다.
미미는 남편을 위해 거짓진술을 하고 위증을 하며 남편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애달프고 슬픈 추리소설은 처음이었다.
자신에 손에서 이미 빠져나온 희망이지만 다시 되찾으려고 뛰어다니는 미미를 보며 그 간절한
손길을 보며 행복을 다시 얻겠다는 미미를 보며 나는 잠시 침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한 여자의 비참한 모습을 그린 '변호 측 증인'은 나에게로 하여금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간절함을 느끼게 하였다.
거짓말이라도 하여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포장하며 합리화를 하며 자신을 지키는 미미는
다시 땅으로 떨어지기 싫은 파랑새의 날개짓처럼 보였다.
돈에 욕심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서 살겠다고 다짐한 그녀의 꿈은 철저히 부서졌다.
마치 하나의 달콤한 백일몽처럼..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어떤 모습을 그릴지..
다시 같은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인지..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과 많은 답을 하게 해주었다.
종이 속에서 벌어지는 백일몽의 달콤함.
적막에 잠긴 집 속에서 나는 하나의 애달픈 꿈을 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