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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송제나 옮김 / 지와인 / 2023년 1월
평점 :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마루야마 슌이치)_지와인
‘잘난 척’이 아닌 ‘잘남’을 위해 필요한 7개의 수업이라는 소제목이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철학이면 철학이지, 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살아가는 동안 겪는 숱한 갈등과 위기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긍정적 감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감각 없이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감각,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필요한 ‘개인주의’의 정체이다(p.11)
개인주의라고 해서 나는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오해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듯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개인주의의 올바른 정의이자 정체는 바로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감각”이다.
사실 개인주의, 사회주의..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목 시간에나 들을 법한 단어들을 책으로 접하니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길러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연결되었기에 고독을 잃어버려 더 외로운 시대.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철학적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훈련 없이 사회를 해석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기 어렵다(p.12)
*데이터의 시대에 내 머리로 생각하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면 데이터에 무조건 의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언어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 생각은 말과 글을 통해 진화한다. 막연하게 느끼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고, 더 정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다. 기계가 보여주는 데이터에 만족하고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나만의 언어를 찾아내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p.65)
이 책에서는 ‘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기’를 참 많이 강조한다. 따지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도 당연한 것을 막상 돌이켜보면 우리는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는 발전한다. 하지만 일분일초가 급한 현대인들에게 생각할 시간은 마치 사치라도 된 것 마냥.. 입력하면 바로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하며 의지하며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 보니 저자가 강조하는 ‘생각 할 시간’이 많이 사라진 것 아닐까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나 역시도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본지가 십 수 년은 더 된 것 같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왜 걷기를 선택했을까
모니터 앞에서 없는 말과 생각을 만들어내려 억지로 애쓰기보다, 걸으면서 생각하면 우리의 뇌가 더욱 활성화된다. 푸른 하늘, 뺨에 스치는 바람,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걸으면서 달라지는 주변의 풍경 등 온몸으로 받는 자극 때문이다(p.67)
걸으며 생각하기의 핵심은 목적 없이 걷는 것이다. 학교도 직장도 걸어 다니지만, 그런 이동 시간에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없다. 시간의 제한이 분명하고 또렷한 목적이 있다. 이는 ‘걷기’라기보다는 ‘이동’이다(p.68)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도 몇 시간씩 산책을 하면서 걸었다고 한다. 그 후로, 나도 니체처럼 걷기를 해봐야겠다고 다짐은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회사 출퇴근 할 때 조금씩 걸으니까 괜찮겠지?’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바로 지적한다. 그것은 ‘걷기’가 아니라 ‘이동’이라고. 너무 돌직구로 뼈맞은 기분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내 얘기인 줄 알았나? 싶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니체나 다른 철학자들처럼 ‘걷기’를 하지 않는다. 번외로 조깅도 걷기와는 다를 것 같다. 조깅도 ‘운동’이라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닐까. 철학자들은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를 감상하며 아무 생각 없이 ‘걷기’에만 심취했기에 철학이라는 학문에 크게 기여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부터 ‘걷기’를 취미 생활로 해봐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불행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좋고 나쁨이라 표현했지만 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경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입시에 실패했다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는 등의 일을 말한다. 그 경험이 정말 인생에서 나쁜 일인지는 그 시점에 결정되지 않는다. 과거는 현재를 통해 규정되고, 미래에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시 바뀐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p.150)
무수히 많은 컨텐츠들로 쌓인 세상 속에서 오늘 저녁엔 뭘보면서 저녁을 먹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정작 하루 24시간 동안 5분 동안 고요함 속에 파묻혀 오롯이 ‘나’를 위한 명상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