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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인문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2년 7월
평점 :
빨강머리 앤 인문학(박홍규)_틈새의 시간
이 시대의 새로운 앤, 자기만의 앤을 찾는 시간
어릴 때 티비를 틀면 자주 방영하던 빨강머리 앤이 참 좋았다. 못생겼지만 참으로 당돌하고 용감한 소녀라서 나도 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릴 적 애니메이션들은 추억 깊은 곳으로 자취를 감추고 평범하게 살았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캐나다 드라마 ‘초록지붕의 빨간머리앤’이 다시 그 기억을 들추었다. 빨간머리 앤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니 그동안 잊고 지냈던 빨간머리 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너무 재미있어서 3번이나 정주행 했다. 그리고 책으로 만나는 빨강머리 앤 인문학도 새로운 시선으로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우리 모두, 누구에게도 어떤 일에도 절대 기죽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게 ‘나’자신을 드러내는 빨강머리 앤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p.13)
최근에 피터팬도 다시 보았는데, 피터팬도 새로웠다. 하지만 빨강머리 앤을 무려 3번이나 더 봤던 것은 빨강머리 앤 속에는 그 당시의 시대상도 드러나 있지만, 거기에 반발하는 풍자도 드러나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본 것 같다.
전통적인 여성상에서의 일탈이자 청교도적 금욕주의에 대한 반발이고, 19세기 빅토리아 왕조가 강요했던 이상적 여성상에 대한 풍자. ‘빨강머리 앤’ 작가 루시는 지나친 감상을 영리한 감성으로 다시 그려냈다(p.30)
유독 ‘빨강머리 앤’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뭘까? 비슷한 플롯을 가졌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성 덕분이지. 한창 외모에 민감할 나이의 여자아이를 용모에 열등감을 가진 아이로, 또래와 달리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로, 그 아이가 쑥덕거림과 비아냥을 극복하며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자라는 모습으로 그린 게 보통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 아닐까? 이런 점에서 ‘빨강머리 앤’은 아동문학의 비현실적인 이상주의가 현실적인 리얼리즘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만해(p.43)
넷플릭스 드라마로 볼 때는 그저 ‘재미’로만 봤다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접하는 빨강머리 앤은 그 당시의 여성들의 실제 삶을 엿볼 수도 있고, 저자의 생각으로 바라보는 앤의 모습도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풀어쓴 책이다.
앤에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한 푼도 없는 반면, 삐삐는 모험을 즐겨. 별장의 재산을 노리는 어른들을 상대로 옆집 아니카 남매와 함께 말이야. 앤의 모험을 숲속에 비밀 아지트를 만들고 그 곳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게 거의 전부잖아. 그러고 보니, 앤은 말의 사람이고, 삐삐는 발의 사람인 듯하다(p.48)
어릴 때 ‘말괄량이 삐삐’ 책도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앤과 삐삐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데도 삐삐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삐삐도 앤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지?’라고 느낌표를 외쳤다. 단순히 삐삐와 앤을 비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의 삶도 축약하게 담겨있다. 빨강머리 앤 작가의 내용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앤과 비슷한 작품과 그 작품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간략하게 담겨있어 조금 더 문학적 이해와 감정이입을 잘되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빨강머리 앤’을 다시 만나고 싶다.
유일무이하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앤처럼.
무조건 앤을 닮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앤을 찾아 자신만의 아름다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앤으로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