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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 게놈으로 밝혀낸 먹거리의 비밀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7월
평점 :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강석기)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소중한 작물의 특징과 게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수출에 제약을 받으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지켜보니 음식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라도 어떤 한 가지 요인으로 인해 우리의 식탁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는 인구와 점점 좁아지는 경작지로 인해 미래의 먹거리도 안전하지는 않다는 걱정이 불현 듯 들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것들에 관심이 생겼다.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곡물의 파트너 작물
콩은 땅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보통 같은 자리에 작물을 반복해 심으면 토양 영양분이 고갈돼 수확량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콩과 작물은 토양미생물과 공생으로 질소고정을 하는 능력이 있고 그 결과 땅을 비옥하게 한다. 따라서 다른 작물과 콩을 번갈아 심으면 땅심을 유지할 수 있다. (p.124)
식물성 고기라 불리는 콩이지만, 나는 콩을 즐겨먹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텃밭을 하는 우리 집에서는 항상 콩을 심는 것 같다. 시골에 살면서도 콩이 땅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 같은 자리에 작물을 계속 심으면 토양 영양분이 떨어져 겨울에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이 난다. 다른 작물과 콩을 번갈아 심으면 좋은 땅심을 유지할 수 있다니, 콩이란 녀석..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존재이다. 요즘 사람들은 작물보다 육류, 어류 등의 섭취가 많아져 환경 기후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촌의 육류 섭취를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게 건강에도 좋고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류 소비량은 이미 세계 평균을 넘는다.(p.43)
고기를 즐겨먹는 내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내 몸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고기는 좀 줄이고 밥을 더 먹어야겠다. 저자가 바라는 ‘환경을 위해 쌀 한 가마니 먹기’ 프로젝트에 나도 동참해야겠다.
싹이 난 감자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싹이 난 감자 부분을 칼로 도려내지 않으면 맛도 쓰지만 몸에 안 좋고 많이 먹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솔라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솔라닌은 안정한 분자라 웬만한 열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의학사를 보면 소위 ‘솔라닌 중독’으로 불리는 사례가 여럿 보고됐는데, 2,000여 명의 발생 사례 가운데 사망자가 30명이나 된다(p.164)
예전부터 감자 상자를 보면, 군데군데 싹이 난 감자들을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말했다. 감자에 싹이 난건 먹으면 안 된다고. 어릴 땐 왜 싹이 난 감자를 먹으면 안되나 궁금했었는데, 단순히 몸에 안 좋아서 뿐만이 아니라 많이 먹으면 목숨도 위험하다니 정말 싹이 난 감자는 조심해야겠다. 솔라닌이라는 성분도 오늘 처음 들었는데 확실히 새로운 분야에 대한 책을 읽으니 신선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 조금씩 배우는 느낌이랄까.
1부 식량 작물, 2부 채소·양념 작물, 3부 과일 작물, 4부 특용 작물을 읽어나가면서 각각의 특성과 그들 사이의 게놈을 분석하여 풀이하여 써서 나와 같은 초보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이미지도 많이 담겨있다.
과일은 맛이 있어서 먹는다. 국민 소득이 올라가면 어느 수준까지는 고기와 함께 과일의 소비량도 따라서 늘기 마련이다. 과일은 맛과 향만 좋은 게 아니다. 과일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여러 생리활성을 보이는 피토케미컬도 들어 있다(p.261)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당장 오늘내일 먹을 밥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과일이란 디저트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온 작물, 채소, 그리고 과일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해준다. 맛도 좋고, 향도 좋은 과일이지만 우리 몸에도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과일을 챙겨먹어야겠다. 시원한 과일 배가 떠오르는 하루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작물이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밝혀낸 많은 작물의 게놈 해독 데이터가 오늘날 마주한 농업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p.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