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일기 - 나를 위한 가장 작은 성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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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일기(김애리)_카시오페아

 

소중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한 걸음씩 걸어나갈 끄적임

 

어른의 일기라는 이 책을 봤을 때 내 생각이 났다. 바로 자신.. 일기라면 그 누구라도 초등학생 때 숙제로 매일 쓰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 역시도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 때까지 수없이 일기를 썼다. 강압적으로 누가 시키는 숙제여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물론 초등학생 때까지는 숙제로 어쩔 수 없이 했겠지만_하지만 이 때도 저학년인 남동생 일기를 하루치 대신 써주다가 동생 담임 선생님께 걸려서 혼이 났다ㅋㅋ나는 일기 쓰는 게 재미있었는데 남동생은 무지 싫어해서 내가 대신 써준다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래서 하루일상을 끄적이며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 저자처럼 나 역시도 일기라는 소재를 다룬 책, 바로 여기에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단 몇 분의 일기 쓰기는 소중한 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요. 가장 작은 단위의 성실함이기도 하고요(p.7)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일상을 무엇으로 채우는지 돌아보는 건 꽤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일상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전부다.”

대단하고 거창한 본 게임은 늘 삶의 저만치 어딘가에 자리할 것 같지만, 아니요. 일상이 본게임이었습니다. 매일의 습관, 태도, 마음. 이게 전부예요(p.30)

 

그렇다. 어제의 하루,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의 하루. 아주 작고 평범한 내 일상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일 년을 만들고, 평생이라는 시간을 채운다. 그렇게 일상이 나를 만든다. 대단하고 거창하진 않지만 그 속에 내가 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일상이 나를 여기 이 자리에 오게 했고, 앞으로 살아갈 무수히 많은 날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테지. 그리고 그 일상을, 내가 끄적이던 일기가 인생의 나침반처럼 삶을 이끌어주겠지.

 

지금 나에게 일상의 변화가 절실하다면 입력을 달리하거나 다른 출력이 가능하게끔 설계를 새로 해야 합니다. 내 안에 어떤 부분이 병들어 있고, 무엇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해요(p.32)

 

모든 과정을 글로 남겨보길 바라요. 성공이 아닌 성장의 과정, 승리가 아닌 배움의 과정이요.

어떤 날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어떤 날은 모든 게 헛짓거리 같기도 하지만 다시 힘을 내서 뭔가를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 뒤늦게 발견한 꿈을 향해 그냥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는 나의 이야기들을요(p.79)

 

몇 달 전, 오랜만에 방청소를 하다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일기와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마다 EBS 교육방송을 보고 적은 느낀점 노트들(방학숙제로 제출해서 상장도 받았던 기특한 기록물들).. 너무나 반가웠다. 방을 치우다 말고 한참을 앉아서 옛 일기들을 읽어보았다. 글씨도 삐뚤빼뚤~ 내 글씨체가 이랬었나 싶어서 픽하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중학생 때 적은 일기(버킷리스트)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소름이 끼쳤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버킷리스트

1. 또각또각 소리 나는 하이힐신고 회사가기

2. 오피스룩 입고 일하는 멋진 커리어우먼되기

3. 연지곤지 알록달록 화장도 잘하고 예뻐지기

4. 자상한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행복한 연애하기

5. 빨간 자동차로 운전해서 어디든 가고 싶은 곳 드라이브하기

..

지금 나 자신과 비교해보면 철없던 10대 꼬마의 버킷리스트의 상당 부분 현실이 되어있었다. 5번만 빼고.. 아직 운전면허가 없지만 조만간 최대한 빨리 면허를 따야겠다^^ 아무튼 그 때 당시 어린 소녀가 간절히 바라고 꿈꾸던 미래의 모습들을, 지금 난 너무나 평범한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이래서 일기를 쓰는구나싶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까지 열심히 일하며 살아와준 과거의 나에게 고마웠다. 어릴 땐 잘 쓰던 일기를,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고 안해왔었는데.. 다시 펜을 들게 만들었다. 2022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남은 2022년의 반을 내 기록, 아름답고 찬란하게 기억될 내 일상들로 빼곡히 채워나가야겠다.

 

우리는 너무 자주 까먹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났는데 별다른 변화도 보이지 않고요. 그럴 땐 과정의 기록을 뒤져보면 심쿵합니다. 너무 작고 느린 걸음이라 안 보일 뿐이지 이전에 비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다 보이거든요(p.80)

 

 

이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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