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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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의 언어(주드 스튜어트)_윌북

 

누군가의 사랑, 이별, 아픔, 행복, 감정과 추억이 담긴 냄새, 그리고 그것들의 언어

 

코 끝의 언어책을 보자마자 제목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오감 중에 가장 중요시되는 건 아무래도 시각과 촉각이 아닐까.. 그리고 상대적으로 제일 후순위로 밀리는 감각이 후각이라고 생각했다. 후각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비염이 있어서 냄새를 잘 못 맡아서일까, 아니면 2년 여간 지속되는 코로나로 마스크를 실내외 구분 없이 항상 끼고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후각이라는 감각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냄새는 단순히 냄새에 그치는 것이 아닌, 냄새를 잘 인지하고 기억하면 나중에 그것이 인생의 기록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점을 배웠다.

 

이 책을 쓰기 전에는 공기가 비어있다고 생각했다. 공기 속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고, 그 움직임은 공기를 계속 휘젓고 뒤섞는다. 그러면서 공기 속에 들어있는 아주 특별한 정보들을 냄새로 드러낸다(p.24)

 

나 역시 공기에는 아무 것도 없고 비어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자가 말한 것처럼, 따지고 보면 공기 안에 무엇인가 흡수되어 저만의 독특한 향을 내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후각의 소중함, 향으로 기억하고 남게 될 다양한 코끝의 언어들을 책으로 만나서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알게된 새로운 사실, ‘살 냄새는 냄새 지우개로 제격이다!’

 

불쾌한 냄새를 마주쳤을 때, 자신의 살 냄새를 맡으면 후각 수용기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후각을 리셋하는 데 도움이 된다(p.258)

 

굉장히 신선하면서 놀라운 정보였다. 보통 사람에게 나는 살 냄새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신기한 것은 본인 스스로 자신의 살 냄새는 모르는 것 같다. 인지를 못 하는거겠지? 그래도 불쾌한 냄새를 마주쳤을 땐, 냄새 지우개로 내 살 냄새를 얼른 맡아야겠다.

 

로즈마리 냄새는 개인이 지닌 기억과 추억의 상자를 휘저어놓고 로즈마리 자신이 지나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고대 로마인들은 값비싼 향을 사는 대신 값싼 로즈마리 가지를 태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수 헝가리 워터의 역사는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역시 로즈마리가 주요 성분이다(p.320)

 

예전에 고등학생 때, 책상에 로즈마리 화분을 두고 키운 적이 있었다. 로즈마리 잎을 따서 우려먹으면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쌉쌀한 맛이 잠을 확 쫓아내기도 했다. 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로즈마리 잎에 코를 박고 한참을 킁킁 거렸다. 아직도 그 냄새가 생생하다. 그때를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내 코가 들썩들썩 한다. 아마 그때 맡았던 로즈마리 향을 무의식중에 찾고 있나보다. (지금 내 책상에 죽어가는 테이블 야자 잎에서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니,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기보다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아서 맡을 시도조차 안한 것 같다.)

 

로즈마리 향은 참 좋았다. 알싸한 박하향이 나기도 하면서 숲속을 거닐며 맡는 풀잎, 솔잎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은은한~... 사실 냄새를 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겠지만 아직은 어렵다. 계속해서 매일 이 냄새 저 냄새 맡아보려는 노력을 해야겠고, 그리고 냄새 일기를 쓰라고 저자는 권하지만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냄새 맡는 감각을 키우려면 관찰력을 활성화시키는 데서 출발해야한다는데.. 나는 관찰력도 많이 부족한데다 냄새까지 잘 못맡는다(비염은 핑계이려나..?).. 그래도 나도 내 냄새 일기로, 내 인생의 기억을 담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

 

첫째, 냄새를 전보다 빨리 감지하게 되고 훨씬 자주 기록을 남기게 된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서 이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 이 냄새 일기는 인생의 기억을 담은 기록으로 남는다.

내 삶이 어떤 순간과 그 순간의 냄새로 포착되는 것이다(p.86)

 

책을 읽고 나니, 후각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꽤나 큰,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주변에서 쉽게 맡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냄새들이지만, 평소대로 그냥 크게 개의치 않고 흘려보내는 그 냄새 속에는 누군가의 사랑, 이별, 아픔, 행복, 모든 이들의 감정과 추억이 담겨있다.

 

이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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