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사어 수집가
황인찬 외 지음 / 유어마인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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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 2101년,

 

아주 먼 것 같으면서도 금방 닥쳐올 미래 같다.

살아 있을지(아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듯하지만) 죽어 있을지 예측할 수도 없고 사실 나는 무엇보다 인류가 2101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비관적인 말이지만 내가 늙어서 아프거나 해서 제 명을 다하고 죽는 것이 빠를지 이 지구가 멸망하는 게 더 빠를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구가 어떠한 자연재해로 사라질지도 모르고 인류가 스스로 파멸의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만 혹시나 22세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그렇다면

 

 

5대양 6대륙이란 말은 잊힌 지 오래다. 대부분의 땅은 바다에 잠겼고 그저 물로 둘러 쌓인 지구에 몇 개의 고산지대였던 땅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인구는 21세기의 1/3 이상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계속 줄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를 만들지 않았다. 아니 사랑을 나눈다 해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몸은 더 이상의 종족번식이란 무의미하다는 걸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그나마도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하루에도 몇 명씩은 자살을 했다.

 

햇빛은 사라졌다. 대기권은 태양의 빛을 흡수하지 못하고 산소를 보존하고 있지도 못했다. 하늘을 날던 비둘기와 같은 새들은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커다란 우주선 같은 건물들 속에서 살아갔다. 그들은 21세기에 돈이 많았던 사람들로 많은 재산을 털어서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살아남아서? 그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차오르는 바닷물들이 처음에는 들을 없앴다. 몰디브라는 아름다운 휴양지는 처음 사라진 곳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설마.했고 자신들은 안전할 거라는 불안한 믿음과 대책이 있다는 정부의 거짓에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보냈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면적은 1/5씩 줄어들어 있었다. 일본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대부분이 자는 도중에 꿈을 꾸듯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거나 물이 발끝을 적시기 전에 이미 목숨을 끊었다. 대륙으로, 더 높은 대륙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밀려들어왔고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이동 중에 죽은 사람들이 살아남은 사람들보다 많았다. 시체들이 쌓이고 쌓여서 기이한 기둥을 이룬 것을 본 사람도 있다고 했다.

21세기에는 이 많다면 많은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역시 그들 대부분은 그 혼란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행복이나 기쁨이라는 단어를 상실했고 충만함이나 만족감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산책하자거나 나들이를 가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꺼낸 사람은 십 년도 전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그 말을 금기시했다. 간혹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그 단어를 중얼거려보기는 했다.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우울증을 회복시켜줄 거라고 기계들이 설명했지만 그들은 우울함이 뭔지 몰랐다. 태양의 빛을 보지 못하고 같은 곳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살아만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의 감정은 늘 일직선과 같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입을 여는 사람들은 점점 줄었고 거의 ‘언어’라는 것조차 사라지고 있었고 그러므로 ‘사어’ 보다는 남아 있는 언어를 기록하는 것이 더 쉬웠다.

 

 

*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던 책의 제목이지만 책장을 넘기며 빵빵 터질 때가 많았다. 각자의 개성들이 잘 묻어나오는 짧은 글들은 가끔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미래를 그려보게 되기도 했다.

22세기

사실 상상도 되지 않는 그 미래는 과연 어떤 색깔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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