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섬에, 32명의 사람이 있다. 그 중에 여자는 단 한 명.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스친다. 그녀는 여왕이 될 것인가. 성적 노리개가 될 것인가.

40대의 기요코는 두 가지 경계를 넘나든다. 그 섬에서 유일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은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동시에 기회만 있으면 어떻게든 그녀를 통해 욕정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무인도로 표류한 서른 한 명의 남자와 여자 한 명. 이라는 상황만으로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더구나 작가가 기리노 나쓰오 아닌가! 무인도를 ‘도쿄섬’이라 부르며 나름대로 ‘생존’하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리 대왕’이 떠오르기도 하고 미드 ‘로스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일한 여자 기요코의 시점과 섬에서 왕따가 된 와타나베의 시점, 그리고 마지막 생각지 못한 인물의 시점까지. 그저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그저 욕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기요코는 책 속의 단어로 말하자면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서바이벌 능력’을 발휘한다. 물고기를 잡고 먹을 것을 구하고 도구들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자서만 살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사람들에게 거짓말도 해야 하고 배신해야하고 뻔뻔함도 마음껏 발휘해야한다. 생존하기 위해 여러 형태를 보이는 남자들의 캐릭터들 속에서 기요코는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그것을 헤쳐 나간다. 와타나베처럼 모난 행동으로 따돌림을 당하지도않고 오라가와 만타처럼 미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다른 젊은 남자들보다 풍성한 몸매를 유지하며 이누키치와 신짱처럼 병균에 감염되지도 않는다.

유명한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 때문인지 문체가 특별히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섬에서 유일한 여자로 몇 년을 섬에서 산 기요코는 연약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고독하거나 불안함들도 모두 생존을 위해 잊은 듯 하다. 그녀에게는 오직 살아남아서 그들이 살 던 ‘큰 섬’으로 가야 한다는 목적만이 가득하다. 섬에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변해간다.

여전히 구조될거라고 믿는 사람들, 포기하고 섬에서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호기심이 생긴다면 그냥 일단 읽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일 것 같다.

참고로, 이 소설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실제 무인도에서 유일한 여자로 7년을 살았던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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