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름날이었으리라. 여인은 나를 화단으로 이끌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번쩍인다. 여인은 항상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이해하게 되었던 여인의 말. 여인은 최초의 말과 글을 내 의식 내부로 전달해준 언어의 영매, 미디엄 medium이었다. 우리가 바다로 산책을 갈 때, 여인은 종종 노래를 불렀다. 파도소리와 더불어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숲의 깊은 술렁임. 짙은 송진냄새. 기이할 정도로 선명하게 남아 있는 최초의 기억은 실제로아이가 보고 듣고 느낀 감각인지, 아니면 게르하르트 마이어가 썼듯이, 우리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내면에 간직하고 있던이미지와 생각이 현실 사물에 투영된 현상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일생 동안 그것을 먹고 산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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