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상가 - 19세기 러시아 지식인들의 갈등과 배반, 결단의 순간을 되살린다
이사야 벌린 지음, 에일린 켈리.헨리 하디 엮음, 조준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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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를 고슴도치와 여우로 나눈다.


*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나치게 둔순하고 인위적이며 현학적이며 극도로 불합리한 분류법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이해하고 생각하고 느낄 때 단 하나로 된 중심적 비전, 대체로 일관되고 논리 정연한 단일체계, 오직 자기의 입장과 주장만이 중요하고 유일하며 보편적인 어떤 조직 원칙에 모든 것을 수렴시키는 사람이다.


두 번째 유형은 서로 무관하기 일쑤고 심지어 모순적이기까지 하며, 설령 연관이 있다고 해도 일관된 도덕적, 심미적 원리로 서로 접합되는 게 아니라 어떤 사실적 측면에서만, 즉 심리적이거나 생리적 이유로만 연결될 뿐인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자들이다.


이 둘 사이에는 깊은 틈새가 벌어져 있다. 이 중 두 번째 유형의 인물은 구심적이라기보다 원심적인 성향에 따라 살고 행동하고 사유한다. 그들의 사유는 분산적이며 여러 수준에서 작동한다. 그들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어떤 불편하고 포괄적이며 때로는 자기 모순적이고 불완전하며 또 때로는 광적인, 통일적인 하나의 내적 비전에 자기 생각을 억지로 꿰맞추거나 그런 비전을 통해 제거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폭넓은 체험과 다양한 현상의 본질을 포착하려 애쓴다. 


첫 번째 유형의 지식인과 예술가가 고슴도치에 해당한다면 두 번째 유형은 여우에 속한다. 이 같은 구분이 정밀하지 않으며 모순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봤을 때 단테가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반면 셰익스피어는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플라톤, 루크레티우스, 파스칼, 헤겔, 도스토옙스키, 니체, 입센, 프루스트는 고슴도치 유형이다. 헤로도토스, 아리스토텔레스, 몽테뉴, 에라스무스, 몰리에르, 괴테, 푸시킨, 발자크, 조이스는 모두 여우 유형이다.


이사야 벌린, <러시아 사상가>, 조준래 옮김,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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