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2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트리니티칼리지의 크고 넓은 잔디밭을 지나면서 버트런드 러셀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불륜에서부터 급진주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지만, 그의 업적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10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집필한 <수학적 원리>다. 러셀은 자서전에서 "원고가 점점 방대해졌다"고 회상하면서, 원고를 집필하는 데에만 "1907년부터 1910년까지 매년 대략 8개월 동안 열 시간에서 열두 시간을 매달렸다고 썼다. "산책을 나갈 때마다 나는 집에 불이 나서 원고가 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이런 원고는 타자로 치는 것이 당연히 불가능한 법이다. 심지어 사본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우리가 마침내 대학 출판부에 원고를 제출할 때는 양이 너무 많아서 4륜마차를 불러야 했다." 그는 이렇게 힘겨웠던 작업을 돌이켜보면서, 자살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아주 많았다고 썼다. "나의 지적인 능력은 그때의 압박에서 결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예전에 비해 어려운 추상적 사고를 다루는 능력이 현지히 떨어졌다"(나중에 <서양철학사>를 써놓고도 이런 소리를 했다).


하지만 트리니티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이곳 출신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 즉 처음으로 <수학적 원리>를 썼으며 호킹보다도 300여 년 앞서서 수학과의 루카스 석좌 교수를 역임한 인물을 떠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온 나라가 흑사병의 공포로 굳어 있던 1665년~1666년에 "자연 철학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미분법을 처음으로 제대로 다뤘으며, 백광을 분해해서 그것이 여러 색깔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었고, 민유인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가 고작 스물네 살이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 <리딩>, 김승욱 옮김,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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