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교수는 <에디톨로지>를 읽다가 <피로사회>를 언급한 부분을 만났다. 그는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가 간결하게 핵심을 찌르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식 심리학주의의 본질을 이토록 정확하게 분석한 글은 처음이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저 입가에만 맴돌던 바로 그 이야기를 한병철 교수는 128페이지에 불과한 <피로사회>라는 짧은 책에서 칼로 밴 듯한 간결함으로 서술한다.


포스트모더니티의 핵심을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라고 규정한다. 근대 후기의 성과 사회는 각 개인을 끊임없는 자기 착취의 나르시스적 장애로 몰아넣는다. 타인에 의한 착취가 아니라 '자발적 자기 착취'다.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는 일원론적 발달과 성장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주체는 죽을 때까지 안정된 자아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런 후기 근대적 주체의 미완결적 성격은 자신을 태워버리는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프로이트적 억압은 타율적 규율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성'이다.  슈퍼에고의 본질은 사회적 규율의 내면화다. '~을 해서는 안 된다' '~을 해야만 한다'는 타율적 규제, 억압, 강제로 인해 주체는 끊임없이 불안함을 느낀다. '독일식 개인'의 모습이다. 반면 주체의 자율성이 극대화된 성과 사회의 본질은 '긍정성'이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미국식 개인'이다. 미국식 개인에게 나타나는 능력의 무한 긍정은 독일식 개인의 금지와 당위의 부정성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고 위험하다는 것이 한병철 교수의 주장이다. 끝 모르는 자기 착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정운, <에디톨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