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 - 개혁을 꿈꾼 과학사상가 홍대용의
홍대용 지음, 이숙경.김영호 옮김 / 파라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대용은 1731년에 태어나 1783년까지 살았다. 유럽의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1643년~1727년) 이후의 시대에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이 궁금해 읽었다.

사람의 입장에서 만물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만물이 천하고, 만물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면 만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로 볼 때,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나 만물이나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무릇 땅이란 그 바탕이 물과 흙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모양은 둥근데, 허궁에 떠서 쉬지 않고 돈다. 그리고 온갖 만물은 땅에 의지해서 그 표면에 붙어서 사는 것이다.

생각해 보아라. 달이 해를 가릴 때에 일식이 되는데, 가려진 모습이 반드시 둥근 것은 달의 모습이 둥글기 때문이다. 또한 땅이 해를 가릴 때에 월식이 되는데, 가려진 모습이 또한 둥근 것은 땅의 모습이 둥글기 때문이다. 그러니 월식은 땅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월식을 보고도 땅이 둥글다는 것을 모른다면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춰보면서도 자기 얼굴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느냐?

무릇 땅덩이는 하루에 스스로 한 바퀴를 도는데, 땅 둘레는 9만리이고 하루는 12시간(조선시대에는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었다)이다. 9만 리를 12시간에 도니, 그 속도는 번개나 포탄보다도 더 빠른 셈이다. 땅이 이처럼 빠르게 돌기 때문에 허공의 기가 격하게 부딪치면서 허공에서 쌓여서 땅에 모이게 된다. 이리하여 위아래의 세력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면의 세력, 즉 땅이 끌어당기는 힘이다. 따라서 땅에서 멀어지게 되면 끌어당기는 힘도 없어진다.

지구는 해와 달의 중심은 될지언정 금성,수성,목성,화성,토성의 중심은 될 수 없다. 또한 태양은 금성,수성,목성,화성,토성의 중심은 될지언정 뭇 별들의 정중심은 될 수 없다. 태양도 정중심이 되지 못하는데, 하물며 지구가 정중심이 되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