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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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책에 실린 글에도 에코가 여자친구의 권유로 장미의 이름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던 거 같다. 수 년 전에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장미의 이름 뿐만 아니라 에코의 다른 소설들, <푸코의 진자>, <바우돌리노>, <로아나, 신비의 불꽃>과 같은 작품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 무척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이제 그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에서는 <장미의 이름> 창작 동기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978년 초,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비소설가들(철학자, 사회학자, 정치인 등)에게 단편 추리소설을 의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던 이유로, 나는 창작에 관심이 없으며 자연스러운 대화체 글을 쓰는 데도 소질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범죄소설을 써야 한다면 최소한 500페이지 분량에, 배경은 중세 수도원이 될 거라는 도발적인 말을 내뱉었다(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친구는 속 빈 강정 같은 상술용 책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대답했고, 우리의 대화는 그쯤에서 끝났다. 


나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책상 서랍을 뒤져 그 전해에 갈겨놓은 글을 찾았다. 수도사들의 이름 몇 개를 적어둔 종이였다. 그 글은 내 마음속 내밀한 곳에서 소설에 쓸 아이디어들이 이미 자라고 있었다는 뜻이었지만 당시에는 스스로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 시점에 떠올랐던 생각은, 어떤 책을 읽던 수도사가 독살당하는 얘기면 좋겠다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장미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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