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감정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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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제발트

별 생각없이 이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배수아'의 번역이라 고른 것 같다. 처음에 실린 단편,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을 읽었다. 이것은 소설인가? 스탕달에 대한 이야기였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도 시간을 여러 차례 뒤섞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다 읽고 나면 재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벨은 몇 년 전 오래된 서류들을 뒤지다가 우연히 이브레아 풍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판화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 엄청난 실망감을 맛보았다고 썼다. 자신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저물어가는 저녁빛 속에 고즈넉이 잠긴 도시 이브레아의 풍경이 다름아닌 그 그림 속 도시 풍경과 판박이처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은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사한 그림들을 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 그림들은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고유한 인상과 기억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뿐 아니라, 심지어 완전히 파괴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3)

해설 - 배수아
첫번째 이야기인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이라는 실로 기묘한 제목의 글은 우리에게 스탕달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졌으며 <사랑에 대하여>의 저자인 마리 앙리 벨의 이야기다. 그가 스탕달이란 필명을 갖게 된 연유는, 독일의 미술사가이자 고고학자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데, 빙켈만의 고향이 현재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 동명 도시 `슈텐달stendal`이었던 것이다. 스탕달은 열여섯의 나이에 나폴레옹의 군대를 따라 알프스를 넘는 이탈리아 원정에 참가했으며, 그곳에서 그의 생애와 문학을 지배하게 될 사랑을 배웠고(그의 육체적 고통의 원천이 된 매독 또한 얻었으며), 이탈리아의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여 삶의 많은 시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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