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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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는 <체스>라는 짧은 소설에서 몇 명의 사람들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분석하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자수성가한 인물로, 그런 사람이 범하기 쉬운 독선적이고 오만한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매코너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지층 개발 기술자였다. 내가 듣기로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유전을 개발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고 했다. 외모를 보면 거의 사각에 가까운 단단한 턱에 튼튼한 치아를 가졌고 권태로운 기미가 얼굴에 서려 있었다. 홍조를 띤 얼굴은 아마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위스키를 많이 마신 탓이었을 것이다. 눈에 띌 정도로 넓고 떡 벌어진 근육질의 어깨가 유감스럽게 체스 게임 중에도 특히 눈길을 끌었다.


매코너는 자기의 성공에 도취한 인물 유형에 속하는 사람으로, 하등 중요치 않은 게임에서도 실패하면 자부심이 손상된다고 느낄 정도였다. 살면서 주위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관철하는 데 익숙하며, 현실에서 악착같이 자수성가해 오만해진 이 남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이 탁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저항은 무례한 거역이요 모욕과 같은 것으로서 그를 그를 격분시킬 정도였다. 첫판에서 졌을 때 그는 투덜거리며, 이건 그저 순간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독선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번째 판에서 그는 자신의 패배를 옆방의 소음 탓으로 돌렸다. 그는 결코 한 판도 그냥 지지 않고 즉시 복수전을 신청했다. 


[체스이야기, 슈테판 츠바이크, 김연수 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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