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잘 있으라고?

로이빅이 매트리스에서 벌떡 일어났다.

- 이건 듣던 중 최악이군! 난 말할 틈도 없었는데 떠나겠다고? 이게 무슨 예의야? 너를 일주일 내내 재워 주고, 네가 가져온 싸굴 독주도 마셔 주고, 빌어먹을 횡설수설을 꾹 참고 들어 주지 않았어? 이건 아니지, 헤르버트. 그렇게 쉽게 로스 만을 빠져나갈 순 없지. 이제는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해, 내 말을!

[북극 허풍담1, 요른 릴, 열린책들]




- 엠마

그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조심스럽다 못해 용의 주도하게...

- 뭐라고?

빌리암이 놀란 눈으로 친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엠마, 라고 했어.

이번에는 한결 확신이 선 목소리로 매스 매슨이 말했다.

- 그게 뭔데?

- 엠마? 그녀를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매스 매슨은 모호한 눈길로 그을린 천장을 쳐다보았다.

- 그녀는 그냥 전부야, 아니 그 이상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지.

그는 벅찬 듯 한숨을 내쉬고 마음속에 엠마의 모습이 완전히 그려지길 기다렸다. 그런 다음 마음속에 보이는 대로 그녀를 설명했다.

- 엠마는 말이야, 그래, 사과 도넛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여자야. 엉덩이며 가슴이며 뺨이며 모든 게 그래. 오직 도넛으로만 말이야. 그렇게 달콤한 케이크 한가운데 파란 하늘빛 눈과 빨간 입술이 있고...

빌리암은 매스 매슨이 쳐다보는 그을음 자국을 향해 눈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토록 먹음직한 엠마를 상상하려고 애썼다.

- 엠마랑 사귀었구나..., 아는 걸 보니?

- 그래.

매스 매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어쩌다 알게 되었지.

- 어디서 만난 거야?

매스 매슨은 눈을 찌푸린 채 엠마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 올보르에 사는 차가운 처녀였어.

그가 대답했다.

저 아랫동네에서 온 술병 라벨에서 본 것 말고는 가까이서 올보르를 본 적도 없었던 그는 대답하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북극 허풍담1,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열린책들]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훌륭한 질문이다. 그런데 엠마는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나? 오래전부터 연안을 떠나지 않는 타락한 여자? 활기 넘치고 모험을 즐기는 여자? 아니면 그저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순진한 처녀? 엠마는 이 모든 것이면서 그 이상이었다. 친히 이곳으로 오기 한참 전부터 그녀는 사냥꾼들 사이에 잘 알려졌으며, 고향인 올보르에서도 물론이고, 덴마크 전역에서, 거의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았다. 왜냐하면 엠마는 거의 모든 남자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 허풍담2,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 요른 릴, 열린책들]



흔히들 편지 말미에 덧붙이듯이,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봄 동안 사냥꾼들이 작은 교향악단과 유사한 뭔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다. 비요르켄, 매스 매슨, 빌리암, 피오르두르, 로이빅, 밸프레드는 제각기 자신만의 악기를 만들었고, 두 달에 한 번씩 닥터와 모르텐슨의 집에 모여서 솔페주(음악의 기초 교육 중 악보 읽기, 악보 보고 노래 부르기, 청음 등의 능력을 키우는 교과 과정) 교육을 받고 연습을 했다. 

벨프레드만이 중간에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그의 악기는 여덟 개의 병에 음계의 각 음에 맞춰 물을 채워 만든 것이었다. 밸프레드가 저녁 내내 온전한 음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닥터를 크게 좌절하게 만들었다. 원인을 찾아 그의 악기를 살펴보니 레와 파 음을 내는 병들이 순수한 물이 아니라 독주로 채워져 있었는데 밸프레드가 음게를 연습하면서 악기를 마셔 버리는 바람에 레는 반음 올린 파가 되었고, 반음 내린 미는 다시 라가 되었던 것이다. 밸프레드는 경고를 받았지만 이 파렴치한 행위가 계속되어 그를 내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극 허풍담3, <콘서트>, 요른 릴, 열린책들]



* 창비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책다방>의 소개로 읽게 된 책.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된다. (2013.1201) 

* 1권과 2권을 읽고 3권으로 접어들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됐다. 전 10권이라는데 4권 이후의 출간은 독자의 요청에 달려있다며, 출간 압박 메일을 보내라고 한다. 언제쯤 출간이 될지... 출간 촉구 메일(sajangnim@openbooks.co.kr 이메일 주소도 재미있다!)을 보내고 3권을 계속 읽고 있다. (2014.0713)

 

*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 : 판매량 저조로 후속권 출간이 어렵다고 한다. 책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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