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빛바랜 잿빛 멜빵바지를 입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모자는 쓰지 않았고 짧게 자른 까만 앞머리는 둥글게 말려 이마를 덮고 있는 아이. 국립공원 관리인인 아버지, 불리트를 따라 초원을 돌아다니며, 야생동물들과 어울리는 법을 체득한 신비스러운 소녀, 파트리샤.

안녕, 파트리샤! 《소울 아프리카》






조세프 케셀 지음 /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세계를 떠돌던 화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케냐의 '암모셀리 보호구역'에서, 신비스러운 소녀 파트리샤를 만나고 파트리샤를 따라 소녀의 친구인, 킹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자를 만나게 된다.

초원 위의 한 나무 아래에서 킹과 놀던 파트리샤가 화자를 초대해 사자와 친구가 되게 하는 장면은 얼마나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는지, 잊고 있던 자연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 맹수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을 동시에 일깨워 주는 장면이었다.



이 대초원의 문턱에는 단 한 그루의 나무만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나무 그늘에서 머리를 내 쪽으로 돌린 채, 한 마리 사자가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발톱을 뺐다 넣었다 장난하는, 무지막지하게 큰 그 앞발 사이에 파트리샤가 안겨 있는 게 보였다. 소녀는 거대한 야수의 가슴팍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소녀의 목덜미는 그 벌어진 아가리가 닿는 거리에 있었다. 소녀는 한 손을 덥수룩한 사자의 풍성한 털더미 속에 찔러 넣은 채였다.
'킹, 우와 정말 잘 지은 이름이다. 킹, 동물의 왕!'

그리고 화자는 후에 파트리샤를 두고 킹과 싸우게 되는 마사이족의 전사, 오리우냐를 만난다. 마사이족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마사이족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소설을 읽으며 마사이족이 어떤 부족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여행자가 잘루노, 엠부, 와캄바, 키쿠유, 메루, 키프시기 부족들과 또 케냐에 살고 있는 다른 많은 흑인 부족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거친 대초원이나 울창한 덤불숲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마사이족과 부딪친 적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그들을 잊지도 못하거니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족같은 귀품이 있는 걸음걸이, 묵직한 창을 들고 고개는 꼿꼿하고 당당하게 쳐들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도도하고도 절대적인 자유를 가진, 신비스러운 마사이족. 마사이족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떻게 집을 짓는지 화자는 마시이족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며 묘사하고 있다.

나는 소설 끝에서 자신의 친구 킹과 마사이족의 전사, 오리우냐를 싸우도록 내버려 둔 파트리샤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이 어린 소녀의 이기적인 욕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녀는 자신의 고집스런 본능에 따라 이 대결을 유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처럼 비극적으로 끝내 버릴 수 밖에 없었을까. 언젠가는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기에, 그 극적인 이유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나는 파트리샤를 좋아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초판 1쇄라 그런지 몇 가지 오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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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2 여간해서 낯을 가리는 않는 → 여간해서 낯을 가리지 않는
중간 중간 물음표가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 p.230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p.248 그런 일을 있을 수 없어 →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p.266 <"흠, 정말 좋구나.> 그 아랫줄에 <">가 이어져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런 <차례> 너무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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