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랜드 -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
폴 브록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한 편의 아름다운 임상 기록이자 수필, 단편 소설,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
이 책에 어떤 찬사를 보내어야 할까.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거기에는 정상적인 사람들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놀랐다. 그리고 '육체'와 '정신'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를 완전히 바꾸게 했다.

인간의 정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평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최고의 의사도 과학자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정신을 하나의 '영혼'이라는 개념으로 분리시켜 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완성된 육체에 숨을 불어 넣듯 '훅'하고 불어넣어진 영혼 덕분에 생명을 얻게 된다는 그런 생각들.. 그래서 마치 인간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육체 속에 옮겨지거나, 다른 몸으로 환생하거나 동물로 태어나거나 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하나의 종교적 믿음과 같이 내려져 왔다.

그러나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있을까?
죽으면,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을 떠돌아 다닐 수 있을까? 나 역시 이러한 생각들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했다. 육체와 다른 무언가가 인간에게 있다는 생각,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을 품고 산다. 그것은 그런 믿음을 가짐으로서 더 인생을 가치있는 것으로 꾸미기 위함이 아닐까?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생명은 '영혼'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탄생 과정에 있는 '뇌'란 기관의 형성에 의해 사고 능력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뇌의 파손으로 인한 정신 능력의 저하, 퇴행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폴 브록스의 임상 기록은 읽는 내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한다든지, 자신의 뇌가 투명해 보인다고 생각하던가, 자신의 20년 남짓의 기억을 잊고 여전히 1977년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서 우리는 정신 이상이 단지 정신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라는 육체의 결함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육체가 없으면 정신도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심리학의 즐거움을 한층 더 깊게 느끼게 된 듯하다. 그 동안의 심리학 서적이 심리학적 안정제 역할이나 성격장애 등의 측면에서 쓰여진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 책은 육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하는 정신 질환을 흥미롭게 펼쳐 놓으며 다양한 세계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그 매혹적인 세계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듯 하다.

덕분에 이 책에서 소개된 알렉산드르 루리야, 올리버 색스를 더 찾아 읽어 볼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