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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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닮았다?! 는 의견에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은 무척 간단한 이유였다. 내가 그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가 쓴 소설 가운데 단 한편 밖에 읽지 못했다. 《도련님》이었다. 나는 도련님이라는 작품을 매우 좋아해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 오긴 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도련님이 나쓰메 소세키 작품 가운데 예외적인 작품이라는 것, 다른 작품들은 도련님과 달리 밝지 않다는 것이었다.

막스 베버에 대해서는 더 무지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칸트, 홉스, 마르크스 등등 이런 서양철학자들의 공통점은 내가 그들의 책을 단 한권도 읽은 적이 없음에도, 마치 내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마냥 친숙하다는 것이다. 이게 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 암기 덕분이겠지만, 막스 베버는 그 마저도 없었다. 다만, 대학교 어느 강의 시간에 베버를 중요하게 언급해, 몇 차례의 그의 윤리 사상에 대해 듣긴 했다. 그러나 교수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까맣게 잊혀지고, 기억나는 거라곤 "내가 막스 베버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는 그런 막연한 느낌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막스 베버를 떠올리는 일부터 시작해야했다.


막스 베버는 부르주아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18세기 후반에 사업을 일으켜 큰 재산을 모아 부르주아가 된 집안의 사람이며, 막스 메버는 아버지 덕분에 아무런 불편 없이 성장했고 일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학자로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버지 덕분이다. 그러나 그는 시대를 비평하는 사람으로서 아버지의 벼락부자 근성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쓰메 소세키도 막스 베버와 마찬가지로 신흥 부르주아 세력을 싫어하고 기피했으며, 소설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주 등장시켰다.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작가는 고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한다.


강제수용소를 체험한 것으로도 유명한 정신의학자 빅터 E.프랭클은 "호모 페이션스(Homo patience, 고민하는 인간)의 가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더 높다", 고 말했다.
책의 목차에는 그의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

위와 같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 돈과 지식에 대해, 젊음과 늙음에 대해, 일에 대해, 종교에 대해, 사랑에 대해, 죽음에 대해 나 역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그의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대와는 달리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에 대한 심도 깊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고민의 흔적이나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 또는 답변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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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합시다 - 강상중 교수 강연회
    from Adish의 지맘대로 짓걸이기 2009-05-15 08:29 
    이 글을 올리기 전에 먼저 사과말씀을 드리 겠습니다. 이 글은 이미 일주일 전에 나와야 했던 글입니다. 하지만 저의 게으름과 녹음화일을 타이핑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이렇게 늦게 나와버렸습니다. 제가 이렇게 늦어버린 글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강상중 교수님의 강연 내용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연내용을 그대로 전하고자 했던 욕심에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강연내용을 글로 다시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