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 문화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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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 이 책은 저자가 다녀온 16곳의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그 분야는 건축에서 예술, 문학,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거리를 찾아내 소개하고 있다.

열 여섯 도시는 다음과 같다.
포르투갈 포르투, 예스파냐 마요르카 섬, 프랑스 아비뇽, 이탈리아 밀라노, 이탈리아 피렌체, 그리스 크레타 섬, 체코 프라하, 터키 안탈리아, 이집트 룩소르, 알제리 알제,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파키스탄 라호르, 러시아 이르쿠츠크,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캐나다 밴쿠버, 미국 시애틀

그의 책은 가볍게 저를 읽어주세요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책을 펼쳤다.

1. 인물, 미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인문학적 관심거리를 끄집어내지만, 간략하게 언급할 뿐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없던 관심이 생길 수 있겠지만, 깊이있는 여행기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너무나 가볍다. 피렌체에 가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고, 두오모를 보며 《냉정과 열정》을 떠올린다. 시애틀에서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시애틀 추장을 생각한다. 그저 그때 그때 생각나는 관심거리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게 아쉽다.

2. 그의 여행은 꽤나 고루하다. 어디를 가든 박물관을 먼저 찾는 그. 여행지 현지의 경험에 앞서 먼저 박제된 정보를 찾은 후에 도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그의 여행은 현지에 깊이 빠지는 여행이 아니라, 호텔패키지 투어만큼이나 허무한 느낌이다. 문화인류학자인 그에게 그런 기대를 거는 것이 무리였을까?

3. 화려한 책 속에 많은 사진들이 들어가 있음에도, 내용과 전혀 관련없는 사진이 있다든가, 글에서는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사진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악한 화질의 사진도 몇 장 섞여 아쉬움이 남았다.

4. 그럼에도 각각의 도시가 내게 자기들의 매력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다음 여행때에는 자기를 방문하라거나 혹은 어디를 가는 길이라면, 자기한테도 들렸다 가라거나 한다.

5. 도시탐방은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도시의 건축가와 음악가, 화가, 조각가, 작가를 만나기 위해 누군가의 발자취를 좇기 위해 여행을 간다. 사람의 짙은 체취가 느껴지는 그런 여행기가 그립다.

내가 다녀온 곳이 한 곳도 없는 줄 알았는데 딱 한 곳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 그래서 더욱 관심있게 읽어보았다.


개스타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워터 거리와 캠비 거리의 교차로에 있는 증기 시계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구리로 만들어진 이 증기 시계는 1977년에 시계 제작자 레이몬드 사운더스가 만든 것이라 한다. 이 시계는 밴쿠버 시내의 건물에 열을 공급하는 지하 열 공급 시스템에서 나오는 증기로 움직이는데, 유리 윈도 사이로 15분마다 증기를 뿜으며 국가를 연주하여 개스타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가이드 북같이 착실히 증기시계를 소개하고 있는지.. 나는 이 글을 읽고 개스타운의 증기시계를 찾아 헤맬 사람들이 불쌍해졌다. 사람들마다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는 게 다르고 저마다의 감흥이 다르기 마련이지만, 유명한 여행지라고 해서 가보면 별 것도 아닌 걸 두고 관광화시키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개스타운의 증기시계도 열에 아홉은 보고서 저게 뭐야 할 만한 곳인데, 저자는 정말로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박물관이나 가이드 북의 박제된 정보를 보고, 명물로 '인식'한 것인지 모르겠다. 인식이 아니라 체험에 의한 글을, 체험이 저절로 흘러넘쳐 써지는 글을 나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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