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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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관심이 없는 내게 벼락처럼 떨어진 책이었다. 청바지라니. 청바지의 무엇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거지? 호기심이 동했다. 도발적인 제목, 역시 광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글 답다. 내용역시 굉장히 비주얼하고 글은 짤막했다.

이 책은 청바지를 읽으라는 TBWA 코리아 대표의 주문에 대한 일곱 명 신입사원의 답이다.
그들은 청바지를 통해 세상을 읽는다. 적절히 가볍고, 적당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청바지가 태어났다. ……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통칭되는 포드의 대량 생산 방식을 받아들였고, ……
팍스아메리카나의 시작이었다.……
양적인 번식에 성공한 청바지는 질적인 번식을 시도한다.……
보보스들은 적합한 숙주였다.……
우선 각종 드레스코드를 허물었다. 비즈니스 석상이나 심지어 국가원수간의 만남에도 등장했다.

가장 먼저 궁금해진 것은 보보스였다. 읽고 싶은 책 중에《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라는 책이 있기는 했지만, 보보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터였다. 보보스는 한 계층을 의미한다.


보보스는 부르주아 Bourgeois와 보헤미안 Bohemian이 결합된 용어로서 부르주아는 기득권을 상징하며 보헤미안은 그와 반대되는 자유주의를 상징한다. ……

돈을 가치있게 여기지 않지만 돈은 많고, 예술과 지성을 숭상하지만 상거래 속에 매몰되어 살고 있으며,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면서 자란 엘리트다. 풍요로우면서도 물질주의에 반대하며, 무언가를 팔면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팔리는 것은 싫어한다. 반기득권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이미 자신들이 새로운 기득권 계층이 되었음을 감지하고 있다. ……

부자이면서도 욕심쟁이가 아니며, 윗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비위를 맞추지는 않는다. 사회의 상층부에 도달했으면서도 아랫사람들을 경멸하지 않고,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사회적 평등이라는 이상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과도한 소비는 피하려고 한다.
《보보스,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중에서

 

그리고 그 보보스가 선택한 옷, 바로 청바지. 그래서 청바지는 작업에 편한 바지로 탄생한 이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콘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프리미엄진이 탄생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진 청바지를 살펴보았다. 한 벌은 리바이스에서 나온 바지였다.

 

 

태초에 리바이스가 있었다. 리바이스가 랭글러와 리를 낳고, 랭글러와 리가 조다쉬와 캘빈 클라인과 베르사체 진을 낳았다. 이윽고 시장의 신비스러운 힘에 의해 장식 하나 없던 '작업용 바지'가 프롤레타리아의 뿌리를 벗고 뭉게구름 가득한 나라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랭글러니 리니 하는 상표들은 모르지만 리바이스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청바지가 질긴 천막용 천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사람이 바로 리바이 스트라우스라는 것이었다. 또한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바지 뒤에 붙은 라벨의 그림은 말 두팔이 양쪽으로 잡아당겨도 끄떡하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청바지는 리바이스의 대표 상품인 501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청바지는 진의 맞춤복이라 불리며 이탈리아에서 전 품목 생산되는 고가의 브랜드인 '디젤'의 짝퉁이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싸게 산 바지였는데, 그땐 몰랐는데 이제서야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처박아 두고, 입지도 않았던 바지도 꺼내 보았다. 그런데 이번 바지는 웬걸, 캘빈 클라인이었다. 이거는 내가 산 기억조차 없기 때문에 아마도 동생이 길거리에서 사오지 않았나 싶다.

 

 

나와 나의 캘빈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 캘빈 클라인 광고 카피, 모델 브룩 쉴즈 -


누드, 섹스, 동성애 등 도발적인 소재를 담아 온 캘빈 클라인다운 광고였으며, 이 광고 후 너무 선정적이라는 항의 세례를 받았으나, 아이러니컬하게 1주일 만에 40만장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나에게 청바지는 그냥 편하게 입는 바지였을 뿐인데, 이 책은 내게 청바지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열어주었다.


나는 갑자기 일자형의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인간의 마음은 청바지의 여러가지 디자인만큼이나 복잡한 것이니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그리고 나 역시 리바이스 501진을 입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청바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나보다.

PS.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데님"이었다. "데님"을 모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걸까? 데님에 대한 설명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데님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청바지를 만드는 재료라는데..

PS 2.
이 책에서는 신세계 백화점의 청바지 구입 연령 자료가 두 번 인용되는데, 첫 번째 인용(p.156)에서는 2000년 0퍼센트였던 50대가 2007년 18.2퍼센트로 뛰었다고 나온다. 설마 0퍼센트였을까 싶었는데, 두 번째 인용(p.204)에서는 2000년 50대의 청바지 구입률 11퍼센트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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