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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평점 :
공지영 작가님은.
소설가로서 소설 작품과 산문·에세이 작품 비중이 거의 동일하게 느껴져요.
유난히 제가 공지영 작가님의 작품은 소설이든 산문집이든 에세이든 가릴 것 없이 다 읽어서 더 많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해요.
그에게 일어난 사실들이 더 소설처럼 쓰인 탓이기도.
그래서 그 유명한 <봉순이 언니>,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소설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저에게 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님의 작품 딱 하나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꼽는 이유이기도 해요.
공지영 작가님의 글에는(특히 개인적 경험을 사실로 쓴 글) 외로움이 많이 묻어 있어요.
나 역시 외롭고 쓸쓸한 시기를 보낼 때는 오히려 진하게 묻어나는 외로움에 위로를 받기도 했었구요.
이 책은 제목부터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라고 말해요.
그러나 지난 작품들과 달리 작가님이 잠시 멈춰 있던 기간 동안 외로움에 뭔가 더 얹어졌구나 싶어요.
이전에는 사무친 외로움을 깊이 파헤치고, 대상을 향한 원망 또는 토로함 등 감정이 고조되어 있었다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에서는 안정적인 저음을 내는 듯한.
섬진강을 따라간 곳, '박경리문학관'이 있는 평사리로 거처를 옮기고 정원을 가꾸고 동백이와 함께하며 수도하는 날들을 보냈기 때문일까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이 되었다는 문장에서는 깜짝 놀랐어요.
왜 머릿속에는 공지영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때로 나는 스무 살, 작가님은 마흔 살에 고정되어 있는지.
문득 아끼던 지인의 부고를 전해듣고서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고 해요.
뚱딴지같이 무슨 예루살렘이냐고 스스로에게 물을 틈도 없이 강렬했고, 그리움처럼 울컥하며 치밀어 오른 생각.
이 책은 '예루살렘으로 떠나기 전, 예루살렘 순례, 예루살렘으로부터 돌아와서'로 나눌 수 있어요.
사실 제가 좀더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예루살렘으로 떠나기 전과 예루살렘으로부터 돌아와서예요.
순례하는 동안에는 기행문으로써 공지영 작가님의 눈으로 예루살렘을 보았다는 경험이 좋았어요.
대차게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가 고요 속에 침잠해 사색하는 시간을 거치고 난 작가님은, 그래서 이제는 외로움에 뭐가 더 얹어질 걸까.
의연함.
기꺼이 내가 불편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 얻게 된 의연함이 있었어요.
하여, 망가지기보다 성장을 선택하고 돌아오니 공지영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저는 참 반갑습니다.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허접한 것을 지워버리지 않고는 우리는 어떤 대상에 도달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동에 내려와 혼자 고요 속에 머무르면서 나는 그걸 깨달았다. - P155
아무리 혼자라고 해도, 아무리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다고 해도, 아무리 출근할 곳이 없어 자유로운 몸이라 해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언제나 선택은 포기를 동반한다.
가장 큰 원칙이 떠남이라고 정해졌으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하거나 저절로 큰 원칙에 맞춰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내가 예순 해를 살면서 깨달은 것들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버림이 동반된다는 것. - P52
소설이란, 문학이란, 영화나 연극, 드라마 같은 것은 모두 이런 이등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
그러니 이제 나는 그분들의 일생, 그런 일들을 되짚으면서 슬픈 게 아니라 삶의 신비에 대해 생각할 만큼 나이를 먹었고 그게 참 좋다. - P328
그저 어제처럼 사는 것, 내게 젊은이들보다 알량한 권력이 약간 있어, 어제처럼 살아도 나는 불편하지 않고 나만 불편하지 않은 것, 이것이 늙음이다.
죽음보다 못한 늙음을 우리는 흔하게도 본다. - P74
싫어요. 성장 안 해도 좋으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도해도 고통은 왔고 나는 선택해야 했다.
성장할 것인지, 망가질 것인지.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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